[정치] 與, 배임죄 완화 들어주고 '더 더 독한' 상법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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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노트북 화면에 상법 일부개정법률, 계엄법 일부개정법률 등 법률공포안 목록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여권이 상법 개정 드라이브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확대하고 ▶이른바 ‘3%룰’을 강화하는 내용의 1차 개정안이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16일까지 총 6건의 새 개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소액 주주들이 환호할 만한 내용의 ‘더 독한’ 개정안이 대부분이지만, 배임죄 완화 등 재계의 요구를 현실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기업 경영진 입장에서는 압박과 풀어주기가 동시에 담긴 ‘화전양면전술(和戰兩面戰術)’에 대응하게 된 셈이다.

경제계가 당장 위협으로 느끼는 건 1차 개정 때 여야가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가 처리를 미룬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조항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확대하는 것이 2차 개정의 핵심”이라며“지난 11일 법사위 상법 공청회를 통해 그 필요성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7월 임시국회 종료일인 8월 4일 이전에 두 가지 내용을 법제화하겠다는 게 민주당 지도부 방침이다. 당초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이 내용들을 1차 개정에 담을 구상도 했다. 하지만 여당의 ‘개미 투심(投心)’ 독식을 우려한 국민의힘이 이전보다 상법 개정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민주당도 한 발짝 물러섰고, 1차 개정은 ‘새 정부 1호 여야 합의 처리’로 매듭지어졌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적어도 반(反)기업 입법에 있어서만은 독주하지 않는다’는 명분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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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는 가운데 디스플레이에 상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1.21p(1.34%) 오른 3,116.27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0.7원 오른 1,359.4원, 코스닥지수는 11.16p(1.43%) 오른 793.33으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단계적 법안 처리는 주식 시장에 주기적으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재명 랠리’가 쉽게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이 증시에 팽배한데, 상법 개정을 굳이 일회성으로 밀어부쳐 단칼에 끝낼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6월 급등세를 보이며 3100선을 뚫은 종합주가(코스피) 지수는 7월들어 다소 숨고르기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래서 민주당은 올 가을 또 한 번의 개정(3차)을 준비하고 있다. 9월 국회에선 한걸음 더 들어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당내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지난 8일 정부 측과의 비공개 간담회 후 기자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자사주 소각) 제안이 7·8월에 드러나면 이를 취합해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를 정리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16일까지 김남근·김현정 민주당 의원과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6개월~3년 내 소각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기업이 자사주를 소각하면 전체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당 가치가 상승하고, 소액 주주는 그만큼 이익을 본다. 별개로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소액 주주가 기업 경영에 더 많은 의견을 쉽게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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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문제는 소액 주주를 편드는 개정안 내용들이 기업에겐 경영권·재산권을 옥죄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점이다. 1차 개정 때의 여야 합의 모양새가 또 성사되리란 보장도 없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3차 개정 단계에서 재계의 숙원인 ▶특별배임죄 조항 전면 삭제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원내대표 출신이자 당내 최대 정책모임인 ‘경제는 민주당’ 좌장인 김태년 의원이 상법상 특별배임죄를 폐지하고, 형법상 배임죄 사유를 ‘경영상 판단’ 원칙으로 명문화하는 개정안 2건을 14일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은 “7월 3일 통과된 상법 개정안의 취지를 보완하는 입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간 상법 개정에 있어 민주당과 원팀으로 움직여 온 조국혁신당이 “배임죄 폐지는 시기상조”라며 반대하고 나선 건 변수다. 차규근 의원이 “배임죄의 남용은 억제되어야 하지만, 배임죄 자체의 폐기는 또 다른 편향을 낳을 것”이라며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명확히 개정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자당 의원 10인과 함께 15일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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