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재용 ‘불법 승계’ 무죄 확정…9년간 사법 리스크 다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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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불법 승계 의혹 사건에 대해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 2020년 9월 기소 후 5년 만이다. 이 회장으로선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관련 의혹이 불거진 지 9년 만에 모든 사법리스크를 벗게 됐다. 이 회장 측은 “충실한 심리를 통해 현명하게 판단해 주신 법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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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경록 기자

대법, 이재용 무죄 확정…합병 후 10년만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이날 이 회장과 과거 미래전략실 임원 등 14명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사건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 잘못이 없다”며 1·2심과 마찬가지로 19개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13명 역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그룹의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시세 조종 등에 관여한 의혹을 받아왔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 대가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게 발단이 됐다.

검찰은 이 회장이 최소 비용 승계를 위해 미전실과 공모해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고, 제일모직 주가는 띄운 것으로 봤다. 합병 시 삼성물산 1주가 제일모직 약 0.35주에 해당하게 합병 비율을 결정한 걸 근거로 들었다. 당시 이 회장은 제일모직 주식 23.2%를 보유한 대주주였지만 삼성전자 지분 4%를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던 만큼 합병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려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검찰은 당시 제일모직의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분식 회계를 했다고도 주장했다. 에피스는 자회사일 때 회계장부상 가치가 2900억원이었는데 관계회사가 되면서 시장가격인 4조8000억원으로 올랐다. 에피스 가치를 높여 결과적으로 제일모직 가치를 띄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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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변호인단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 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사건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17일 서울 대법원을 벗어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윤석열·한동훈·이복현 투입…불기소 권고에도 기소

이 사건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1호였던 적폐청산 수사의 하나로 검찰이 총력을 모아 전방위적으로 진행했다. 이 회장에 대한 기소는 2019년 8월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장으로 부임한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이 주도했다. 2018년 말 수사 착수 때 윤석열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수사 지휘 라인에 있었다. 이른바 검찰 핵심들이 관여한 사건이다.

검찰은 당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사심의원회의 불기소 권고에도 기소를 강행했다. 하지만 2023년 2월 1심부터 19개 혐의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이 회장과 미전실이 합병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고 볼 수 없으며, 합병은 양사 합병 필요성 검토 등을 거쳐 의결을 통해 추진된 것”이라며 “결국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 승계만이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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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검찰은 항소심에서 2144건의 증거를 더 제출하고 부정회계 혐의와 관련한 예비적 공소 사실까지 추가했지만 지난 2월 2심 역시 모두 무죄를 판결했다. ‘예비적 공소 사실’이란 주된 공소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추가하는 공소 사실이다. 서울행정법원이 지난해 8월 증권선물위원회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제재 처분과 관련해 “2015년 회계 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판결한 것이 근거였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미전실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검토할 때 대주주인 이 회장의 지분 확대를 지향한 것은 맞지만, 그 자체로 부정하다거나 부정한 수단을 동원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예비적 공소 사실에 대해서도 “올바른 자료를 기재한 이상 동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배척했다.

2심 재판부는 검찰의 수사 방식을 꾸짖기도 했다. 최서원씨에 대한 이 회장의 ‘승계를 위한 청탁’이 부당 합병 근거라는 검찰 주장에 “‘승마 지원’을 통해 국민연금의 찬성을 유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검사의 주장은 ‘여러 간접 사실을 모아보면 알음알음 청탁된 것 아니겠냐’고 하는데, 그 정도로 입증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파급 효과가 큰 공소 사실을 추측, 시나리오, 가정(假定)에 의해 형사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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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 뉴스1

이복현 “사과”에도 검찰 상고…“검찰 무리한 기소”

이날 대법원 무죄 확정판결로 법조계에선 “검찰이 수심위의 불기소 권고도 무시하는 등 무리하게 기소한 결과가 1·2·3심에서 모두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건에서 수심위 권고를 무시한 것은 2018년 1월 수심위 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었다. 이복현 전 금감원장은 현직이던 지난 2월 2심 무죄 판결 후 “공소 제기를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검찰은 ‘기계적 상고’라는 비판에도 대법원에 상고했다. 결과는 3전 전패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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