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옛 친윤, 요즘 한동훈·안철수 찾는다"…국힘 전대 묘한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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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6일 오후 서울 노원·도봉·강북 유세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전 대선후보와 한동훈 전 대표가 손을 잡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민의힘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다음달 22일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열린다. 그동안 논란이 많던 전당대회 일정이 18일 확정되면서 당권을 둘러싼 국민의힘 내부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 8·22 전대 개최를 결정하고, 대표 경선은 기존처럼 당원투표 80%, 국민 여론조사 20%를 각각 반영키로 했다.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전날 제안한 ‘여론조사 100%’ 경선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함인경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경선은 당원 의견에 따라 실시할 수밖에 없다”며 “기존대로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전대 시간표가 확정되면서 아직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와 한동훈 전 대표 등 이른바 ‘빅2’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교롭게 이들 모두 주류 의원들과 사이가 껄끄러워 이들의 선택에 따라 주류의 행보도 달라질 수 있어서다.

왜 껄끄럽나 

김문수 전 후보는 지난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당내 의원들과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김 전 후보는 출마 전부터 의원들에게 “나는 후보가 될 생각이 없다”거나 “후보가 되자마자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단일화하겠다”라고 말했지만, 막상 최종 후보로 선출되자 입장을 번복했다는 게 의원들의 주장이다.

당시 권성동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를 향해 “알량한 후보 자리 지키려 하는 모습이 참 한심하다”고 직격하는 등 주류 측은 과격한 말도 쏟아냈다. 김 전 후보가 지도부를 고소하며 법정 다툼으로까지 치달았다가 심야 후보 교체 시도가 무산되고 곧바로 대선 본선이 시작되면서 갈등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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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문수 전 대선후보가 국민의힘 지난 5월 9일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가 나를 끌어내리려 온갖 불법 부당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중단하라"고 입장을 밝힌 뒤 의총장을 떠나자 의원들이 이를 말리고 있다. 뉴스1

대다수 의원이 “울며 겨자 먹기”로 대선 때 김 전 후보를 도왔지만 이때 패인 감정의 골은 여전하다. 김 전 후보는 대선 이후 수차례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식사 자리를 가지면서도 대선 때 선관위원으로 뛴 의원들과는 별도 만남을 갖진 않았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대선 과정에서 김문수를 다시 좋게 봤다”면서도 “최근 외부 인사와 세력을 구축해 중앙 진출을 시도하는 모습에 거부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안 찾아가는 옛친윤

주류 의원들 사이에서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거부감은 상당하다. 지난해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불거진 친윤석열계와 친한동훈계 간 갈등은 계파 분열을 본격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러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가 윤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주도하고, 이어진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탄핵 책임지라”고 요구하자 한 전 대표가 “제가 계엄을 했습니까”라고 반박하며 공개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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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12월 14일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는 모습. 이날 비상의총에선 의원들이 "탄핵 책임져라" 말하자 한 전 대표가 "제가 계엄을 했습니까"라고 반박하는 등 갈등이 격화됐다. 전민규 기자

이후 한 전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대선 경선에 나서며 또 다시 친윤계와 한 전 대표는 대척점에 있었다. 당시 상당수 의원은 “한 전 대표가 대선후보가 되면 나는 돕지 않고 해외에 가 있을 생각”이라고 말할 정도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분위기가 심상찮다. 일부 옛 친윤계 의원들이 한 전 대표를 찾아가고 있다는 게 친한계의 전언이다. “김문수 전 후보가 대표가 되면 당장 우리가 날아갈 것 같다”며 한 전 대표의 출마를 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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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지난 7일 혁신위원장을 사퇴하고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혁신위원장을 던진 안철수 의원의 출마도 변수다. 안 의원은 지난 16일 라디오에서 “혁신위원장 후보였던 시절에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의) 친윤 두 그룹이 찾아와 인적 쇄신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옛 친윤계 사이에선 “김 전 후보와 한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안 의원의 출마를 돕겠다”는 물밑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이러한 국민의힘 주류의 분화는 구심점이 사라진 탓이 크다. 옛 친윤계 핵심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에 없는 마당에 지금 당에 친윤이라는 게 어딨냐”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원래 계파에 뿌리가 없다”며 “공천 유불리에 따라 계산이 분주해지고 있는 것일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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