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양평고속道 종점 바꾸자" 국토부, 전문가도 회유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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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10일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과 관련, 국토교통부 등 유관 기관이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위해 전문가들을 회유하려 한 정황이 나타났다. 의혹이 불거진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원안의 타당성을 주장한 이찬우 한국건설사회환경학회 회장은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에 조만간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다. 그는 당시 여러 매체에 출연해 “기존 원안이 변경된 대안보다 낫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1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16일 특검팀에서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현재 일정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이 불거진 이후 열린 2023년 10월 10일 국토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으로 종점이 설정된 원안이 강상면으로 변경된 대안보다 적합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학자의 양심으로 말씀해 달라”는 조오섭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원안이 낫다고 생각한다”며 “변경안은 국토 균형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안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것은 국도 6호선 연결 및 교통량 분산 등 정책적 목적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은 김 여사 일가가 보유한 토지 가격 상승을 위해 국토부가 나서 고속도로의 노선 종점을 기존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했다는 내용이다. 변경 종점인 강상면에는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를 비롯해 일가가 29필지, 1만여 평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 2021년 기획재정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와 2022년 3월 타당성 조사, 같은 해 6월 전략환경영향평가 때까지 고속도로의 종점은 양서면으로 설계됐는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3년 5월 국토부가 발표한 ‘전략환경영향평가 결정내용’에서 돌연 종점이 강상면으로 변경됐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김 여사 특혜성 종점 변경’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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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노트북에 각각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피켓이 붙어있다. 뉴스1

이 회장은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2023년 6월 말부터 여러 매체를 통해 원안의 타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던 중 2개월 뒤인 2023년 8월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들이 이 회장을 방문한다. 이 회장은 “국토부에선 과장과 사무관 2명 그리고 한국도로공사에선 실무진 1명 총 3명이 찾아왔다”며 “판넬까지 가져와 대안이 더 나은 안임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본인이 원안이 낫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자 방문한 국토부 과장이 “회장님이 용역을 해서 그걸로 규명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고 한다. 사실상 국토부가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과 관련한 용역 사업을 제안하며 여론을 돌리기 위한 물밑 작업에까지 나섰다는 것이다. 이에 이 회장은 “용역을 하게 되면 과업지시서 등이 있어 가이드라인이 잡혀있다고 할 수 있다”며 “난 국토부에 이용당할 일 없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통상 용역의 경우 발주처에서 전제 조건을 달아 업무를 하달하게 되는데 이 경우 제시한 범위 밖으론 규명하기 어려워 거절했다는 취지다. 이 회장은 연세대 토목공학 대학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 코오롱건설 터널설계팀장 및 기술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김선교 보좌관, 수사방해 혐의 수사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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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팀 오정희 특검보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특검팀은 이날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수사 과정에서 국토부가 조직적으로 수사에 대응한 정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 양평군수 출신인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특검 수사 진행 상황을 파악하려 한 정황도 확인했다고 했다.

오정희 특검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조사하던 중 국토부 직원들의 조직적인 수사 상황 공유 및 대처 행위를 포착했다”며 “이에 특검은 17일 관련 사무관을 소환해 그 경위를 조사했다”고 말했다. 오 특검보는 “이와 같은 조직적 행위가 특검 직무행위를 방해한다고 판단될 경우 엄중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이어 “김모 국토부 도로정책과장을 중심으로 수사 상황을 공유하며 말을 맞춘 정황들이 포착됐다”며 “국장이나 그 윗선의 관여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특검보는 “김선교 의원 측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도 아닌데 보좌관을 통해 수사 상황을 공유해달라고 한 사실도 확인됐다”며 “수사방해 혐의로 수사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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