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지옥에도 안 가"…92세 대통령 또 출마, 지구촌 종신집권 그들 [세계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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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 대통령(83)이 지난해 5월 28일 '2024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을 방문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사람을 죽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심판하지 못하고, 지옥에도 가지 않는다."
2003년, 아프리카에서 가장 작은 나라 중 하나인 적도기니의 한 언론은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 대통령(현재 83세)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그만큼 적도기니에서는 무소불위 절대 권력으로 통하는 오비앙 대통령은 세계 최장기 집권 국가원수로 올해로 46년 째 집권하고 있다.
선거 제도도, 헌법에 명시된 임기 제한도, 그에게는 의미가 없다. 종신 집권을 위한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 오비앙 대통령처럼,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는 수십 년 동안 통치 중인 장기 집권 지도자들이 존재한다.

폴 비야 카메룬 대통령(92)이 2019년 11월 12일 프랑스 파리 평화 포럼에 참석했을 당시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선거·헌법, 장기 집권 지도자 권력 연장 위해 존재"
오비앙 대통령은 1979년 쿠데타를 일으켜 삼촌인 프란시스코 마시아스 응게마 전 대통령을 몰아내고 권좌에 올랐다. 그는 지난 2022년 11월 대선에서 6선에 성공했는데, 당시 그의 득표율은 약 97%에 달했다. 이 때문에 당시 외신에선 부정 선거 의혹이 제기됐다. 게다가 그는 2011년 헌법 개정에서 대통령의 최대 연령 제한 조항을 삭제, 자신의 장기 집권 기반을 구축했다.
그 다음으로 오래 집권한 국가 원수는 카메룬의 폴 비야 대통령(92)이다. 1933년 2월생으로 전 세계 현역 국가원수 중 최고령인 그는 오는 10월 대선에서 8선에 도전한다.
비야 대통령 역시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 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하는 개헌을 단행, 종신 집권의 기반을 마련했다. 카메룬 대통령 임기는 7년으로, 그가 이번에 8선에 성공하면 그의 나이 99세까지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고령으로 인한 건강 이상설과 부정선거 의혹이 '100세 대통령'의 걸림돌로 지목되기도 한다. 정치적 동반자들이 그에게 등을 돌리고 이번 대선에 출마하는 것도 변수다. 하지만 현재로선 그의 8선 성공이 유력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현재로서는 야권이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고 단일화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짚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타스=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72)도 대표적인 장기 집권 국가 원수다. 대통령과 총리를 겸직한 기간을 포함하면 1999년부터 25년 이상 집권 중이다. 지난 2020년 대통령 연임 제한을 철폐하는 개헌안을 통과시켜 최대 2036년까지 집권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 밖에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80, 40년 집권),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70, 31년 집권),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67, 25년 집권) 등도 있다.
이들 국가 모두 선거 제도는 존재하지만 수십 년 넘게 실제 권력 교체는 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들 국가에선 헌법과 선거제도가 권력 연장을 위해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는 보고서에서 "권위주의적 집권자들은 야당이나 시민단체를 금지하거나 그들의 지도자를 투옥하고, 임기 제한을 없애고, 언론을 옥죄는 방식으로 장기 집권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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