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위고비, 비만 치료 기능 크다"는데…열풍 속 급증하는 이 부작용

본문

17531183417271.jpg

비만 치료제 위고비. 로이터=연합뉴스

체중을 감량하려는 이들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최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오남용하는 사례가 확산하자 전문가들이 이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대한비만학회는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긴급점검, GLP-1 비만치료제 오남용 실태와 안전성 우려' 심포지엄을 열고 "비만치료제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제도와 교육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위고비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치료제다. GLP-1은 우리 몸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호르몬이다. 원래는 인슐린 분비에 관여해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약물로 개발됐지만, 식욕을 억제하고 위 운동을 늦춰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 효과가 확인되면서 국내에서는 당뇨병치료제가 아닌 비만치료제로 허가받아 인기를 끌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사항을 보면 위고비의 경우 초기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지만,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단순히 '다이어트 주사'로 포장돼 공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GLP-1 비만치료제가 '비만'이라는 명확한 질병이 있는 환자에게만 적합한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전문의약품 처방에 필요한 의학적 판단이나 안전성 정보 등에 대한 큰 고려 없이 일반인들 사이에서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는 실태를 지적했다.

이재혁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는 "비만약을 가장 많이 처방하는 곳은 이비인후과"라며 "비만에 대한 인지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도 보지 않고 단순히 처방전만 배포하는 의원이 많다. 치료에 대한 필요성 등을 충분히 조언해줄 수 있는 의료진에게 처방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GLP-1 비만치료제의 부작용은 대개 허가 전 임상시험에서 확인된 경미한 증상(두통, 구토, 설사, 변비 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최근 영국에서 GLP-1 비만치료제를 투약한 후 급성 췌장염이 발생한 사례가 잇따라 나오면서 보건당국이 조사에 나선 상태다.

대한비만학회는 GLP-1 비만치료제에 대한 오남용이 많다고 해서 이 약이 가지는 비만치료 자체의 순기능이 저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허양임 대한비만학회 언론홍보이사는 "GLP-1 비만치료제는 적응증만 잘 지켜진다면 치료 효과가 뛰어난 약물"이라며 "과도한 부작용 우려는 오히려 실제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접근성을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비만학회는 비만에 대한 국민인식 개선과 지속적인 교육, 한국인 비만기준에 맞는 적응증 연구, 비만치료 급여화 및 모니터링 체계 강화 등이 함께 이뤄져야 현재의 오남용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도 오남용과 부작용 관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김영림 식약처 바이오의약품품질관리과 연구관은 "위고비 등에 대한 온라인 불법 판매 및 광고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현장 점검을 통해 정확한 의약품 정보 제공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4,197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