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물 뺏기고 하늘만 본다…저수지 마른 강릉 '돌발가뭄'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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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강릉시 상수원인 오봉저수지가 가뭄으로 인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박진호 기자
올여름 전국이 물난리를 겪고 있는 와중에도 비를 간절하게 기다리는 곳이 있다.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강원 강릉시다.
7일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강릉 지역의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오후 5시 현재 28.1%다. 평년(1991~2020년) 같은 기간의 저수율(65.6%)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전날 강릉 지역에 오랜만에 단비가 내렸지만 식수원이 있는 강원 산지에는 약한 비만 흩날리면서 해갈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김인열 농어촌공사 강릉지사 오봉지소장은 “저수율이 이렇게 낮았던 적이 거의 없었는데 비가 계속 안 오면 저수율은 25% 이하로 더 떨어질 수 있다”며 “비가 오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14일 강원 강릉시 강릉아레나 수영장 입구에 물 부족으로 인한 무기한 임시휴장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최근 지속된 가뭄으로 이날 강릉지역 주 취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26.7%까지 떨어졌다. 2025.7.14/뉴스1
여름 휴가철을 맞은 강릉시는 비상이 걸렸다. 오봉저수지는 강릉에서 쓰는 생활용수의 87%를 공급한다. 강릉시의 공공수영장 3곳은 지난달 14일부터 무기한 휴장에 들어갔다. 강릉시청도 공공화장실 수압을 절반으로 낮추는 등 절수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극한폭염에 저수율(평년 대비) 보름 만에 20%p↓
올해 4월만 해도 오봉저수지는 저수율이 90%를 넘을 정도로 가뭄 걱정이 없었다. 평년 대비 저수율도 110%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강릉이 극심한 가뭄을 겪는 건 여름철에 발생한 ‘돌발가뭄(Flash Drought)’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돌발가뭄이란 강수 부족과 고온으로 인한 증발량 증가가 겹치면서 짧은 기간에 수자원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현상이다.

신재민 기자
기후·에너지정책 싱크탱크인 넥스트가 기상 데이터와 저수율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강릉시의 강수량 대비 증발량은 155.6%에 달했다. 평년(47.3%)과 비교하면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시기인데도 극심한 더위가 더 많은 수분을 뺏어갔다는 뜻이다. 실제로 7월 강릉의 폭염과 열대야 일수는 각각 17일과 18일로 예년의 3배 수준이었다.
이렇게 폭발적으로 수분이 증발하면서 저수지도 빠르게 바닥을 드러냈다. 오봉저수지의 평년 대비 저수율은 6월 29일 66%에서 7월 14일에 40%로 보름 만에 20%포인트나 급감했다. 마른 장마와 극한 폭염이 겹친 탓이다. 이후 비가 내리면서 저수율을 일부 회복했지만, 7월 말부터 다시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두 번째 돌발가뭄이 발생했다.
정해수 넥스트 연구원은 “강수량 부족에 폭염으로 인한 증발산 증가가 결합된 전형적인 돌발가뭄 양상”이라며 “오봉저수지 같이 산악 지형에 있으면 돌발가뭄의 영향이 더 빠르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빨라진 가뭄 속도에 맞는 대응 체계 구축”

5일 강릉시 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상류가 맨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폭염형 돌발가뭄은 발생 빈도와 강도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한국기상학회 학술지 ‘대기’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나타나는 ‘폭염-가뭄 복합재해’ 발생 건수는 최근 10년(2014∼2023년)간 연평균 951.5건에 달했다. 과거 45년(1979년~2023년)의 연평균 발생 건수(446.3건)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문제는 현행 가뭄 예·경보 체계가 돌발가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연구원은 “강원도의 경우 가뭄 발생 이후에 실질적인 가뭄 대응과 연결되는 용수에 대한 예·경보가 발령됐다”며 “현재 월별 예·경보를 중심으로 가뭄 대응 체계가 구성돼 있는데 주간이다 더 짧은 빈도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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