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누리호 박사 연봉 5200만원, 전문의 2억…"국가 차원 지원을" [AI시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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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022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6월 한국형발사체(KSLV-2) 누리호 발사가 성공한 다음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오른 ‘항우연(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불편한 진실’이란 글이 올라왔다.“KAIST 박사 출신으로 누리호 개발을 담당한 연구원 연봉이 5200만~5300만원에 그친다”는 내용이었다.
며칠 뒤 항우연 노조는 성명에서 “누리호 발사는 성공했지만 연구자들은 낮은 임금 수준, 시간 외 수당을 받지 못하는 처지를 자조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학부 졸업 후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연구원·교수로 자리잡는 이공계 인재의 처우는 의대, 전공의 과정(인턴·레지던트)을 마치고 취업·개원하는 전문의의 수입(평균 2억3700만원, 2020년)을 훨씬 밑돈다.
①“국가 살릴 과학자, ‘한 우물’ 파도록 파격적 지원하자”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우수 인재의 의대 쏠림, 이공계 기피는 이런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공계 인재 발굴·육성·처우에 대한 국가 차원의 파격적이면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영오 서울대 공대 학장은 지난 1월 열린 ‘도전·혁신 공학인재 양성과 대학의 역할’ 포럼에서 “국가 주도의 ‘AI혁신연구원’ 설립을 통해 신진 박사 200명에게 5억원 이상의 연봉과 주택을 제공하고, 이공계 신입생의 1%에 해당하는 1000명의 초우수 인재를 매년 선발·지원하는 ‘한국형 천인계획’을 진행하자”고 주장했다. 중국은 2008년부터 10년간 국가 주도의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 ‘1000인 계획’을 운영했다. 최근에도 이와 유사하게 중국 각 지역에서 박사과정 학생에게 1인당 보조금 100만 위안(약 1억9000만원)을 지원하는 등 인재 유치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최종배 KAIST 부설 한국영재학교 교장은 “결국 능력 있고 과학을 좋아하는 학생이 공학자, 과학자의 길을 선택했을 때 성공적으로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공대 졸업자가 의사 이상의 경제적, 사회적 대우를 받고 안정된 삶을 산다면 부모님들도 의대만을 권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학비·생활비 지원으로 생계 걱정 없이 연구에 매진하는 환경을 만들자는 지적도 있다. 곽호상 금오공대 총장은 “10여년 전 유럽 대학에 박사 과정으로 유학간 제자는 학비 면제와 별도로 연 3만 달러의 생활비 지원까지 받았다”며 “반면 우리는 대학원생들에게 장학금도 다 못 챙겨주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전국 29개 대학 이공계 대학원생에게 석사 매달 80만원, 박사 110만원의 지원금을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했으나, 이 정도론 부족하단 지적이다.
②“두려움 없이 창업 도전하도록 생태계 혁신하자”

량원펑 딥시크 CEO가 1월 20일 오후 리창 총리 주재 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CC-TV 캡처
미국·중국처럼 능력과 노력에 걸맞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혁신 창업 생태계가 정착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은 “미국에선 ‘창업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이 과학으로 젊은이들을 이끄는 데, 한국은 이해진(네이버)·김범수(카카오)·김택진(엔씨소프트) 등 ‘벤처 1세대’ 외엔 그렇다 할 성공 모델이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영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타트업의 실패 책임을 창업자 홀로 지는 게 아니라 투자자들이 나눠지는 책임경영 구조를 마련돼야 한다”며 “아울러 대기업이 스타트업 인수·합병에 눈을 돌려, (창업자가) 큰 수익을 거두며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③“혁신 기술 이노베이터 되도록 학교도 바꾸자”

박경민 기자
대학의 이공계 교육의 변화 필요성도 지적됐다. 교과서와 논문, 강의실에 메인 구시대적 교육에서 벗어나 현장 밀착형 교육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다. 지난해 설립된 서울대 첨단융합부의 학부장 송준호 교수는 “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덜고,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기 위해 학교 차원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학부 신입생 200여명은 작년 여름·겨울 방학에 미국 실리콘 밸리를 탐방했다. 비용은 학교가 전액 지원했다. 한 해 동안 송 교수는 모든 학생과 직접 면담했고, 진로상담 전담 교수 2명도 학기마다 학생당 1회 이상 상담했다. 이 결과 24학번 중 지난해 4월 이후 학교를 떠난 학생은 1명에 그쳤다.
김우승 한국공학교육인증원장(전 한양대 총장)은 “MIT·스탠퍼드·카네기멜런 등 미국 유수의 공대에선 현장 실습과 인턴십을 통한 교육이 보편적”이라며 “교과서와 강의실에서 벗어나 세상을 혁신하는 기술을 만드는 ‘이노베이터’로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AI수석 신설, 인재양성법 통과…새 정부도 인재 양성 시동
정부도 공학도를 양성, 지원하기 위한 국가적 전략이 마련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5대 과제 공약으로 100조원 투자를 통한 AI 3대 강국 진입과 미래 전략 산업 육성을 내세웠고, 취임 직후 대통령실에 AI미래기획수석 자리를 신설했다.
지난 6월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국가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공계 지원 특별법’(이공계지원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 박사후연구원의 안정된 연구 환경 조성을 위해 대학과 연구기관마다 제각각인 지원 기준을 통일하고 표준지침을 제작할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하정우 AI수석은 “시행령 개정은 초∙중등생, 대학생, 대학원생, 신진, 중진, 고경력으로 이어지는 이공계 전 주기 인재에 대해 촘촘히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이공계 인재 육성을 위한 국가의 책무를 강화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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