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양궁농구’ 한국, 조별리그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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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구대표팀 이현중(오른쪽)이 아시아컵 레바논전에서 슛을 쏘고 있다. 그는 28점을 몰아치며 8강 결정전 진출을 이끌었다. [사진 FIBA]
한국이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았다. A조 2위를 확정한 한국은 B조 3위 괌과 8강행 을 다툰다.
FIBA 랭킹 53위 한국은 11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2025 FIBA 아시아컵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레바논(29위)을 97-86으로 물리쳤다. 1차전에서 호주(7위)에 61-97로 패한 뒤, 2차전에서 카타르(87위)를 97-83으로 꺾은 한국은 조별리그 2승1패로 조 2위를 차지했다. 디펜딩 챔피언 호주, 직전 대회(2022년) 준우승팀 레바논, ‘다크호스’ 카타르와 이른바 ‘죽음의 조’에 속했던 한국은 이로써 1차 목표인 조별리그 통과에 성공했다. 16개 참가국은 4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이번 대회에서 조 1위는 8강에 직행하고, 조 2, 3위는 8강 결정전을 치른다. 12일 한국과 8강 진출을 다툴 괌은 FIBA 랭킹 88위다.
한국은 이날 레바논전에 팀의 주축인 여준석(23·시애틀대)과 이정현(26·소노)이 무릎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악재를 맞았다. 골밑 공격을 주도하는 여준석의 결장은 한국에 치명적 손실이어서 레바논을 맞아 고전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백전노장 안준호(69) 감독은 여준석의 공백을 ‘양궁 농구’(3점슛 위주 운영)로 메우는 전술을 꺼내 들었다. 이번 대회에서 고감도 슛 감각을 보여준 이현중(25·나가사키)과 유기상(24·LG)을 전면에 내세운 것. 안 감독 카드는 적중했다. 한국은 1쿼터에만 외곽포 7방을 꽂아넣으며 26-17, 9점 차로 앞섰다. 이현중이 3점슛 3개, 유기상이 2개를 터뜨렸고, 양준석(24·LG)과 정성우(32·한국가스공사)도 하나씩 보탰다.

레바논전에서 3점슛 8개를 성공한 유기상(가운데)이 경기 MVP에 뽑혔다. [사진 FIBA]
경기 주도권을 잡은 한국은 2쿼터 이후에도 쉴 새 없이 3점포를 쏘아 올리며 레바논을 몰아붙였다. 한국은 이날 3점슛 38개를 던져 22개를 성공시켰다. 팀 3점슛 성공률 57.9%로, 2점슛(46.2%)과 자유투(53.1%)보다 높았다. 유기상은 3점슛 12개를 던져 8개를 성공하는 등 28점 3스틸을 기록해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이현중은 3점슛 7개 등 28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안 감독은 “대회 전에 약속한 대로 ‘죽음의 조’에서 탈출했다. ‘원팀 코리아’ 정신으로 싸웠더니 특유의 스피드, 압박 수비, 외곽슛이 살아났다”고 밝혔다. 대회 전 선수들에게 “살아남아 전설이 되자”고 주문했던 안 감독은 “이제 녹아웃 스테이지(토너먼트)라서 어느 팀을 만나더라도 존경심을 갖겠다. 또 심장은 뜨겁게, 머리는 얼음처럼 차갑게 해서 경기에 임하겠다”며 “전설이 돼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이현중은 “여준석·이정현의 부재로 많은 분이 전력상 열세라고 생각했을 텐데, (5명이 뛰는 경기에) 12명의 선수가 뽑힌 이유가 있고 어떤 선수가 들어와도 잘할 거라고 믿었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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