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기침∙가래, 감기인 줄 알았는데…'조용한 암'이 더 무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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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폐암 인식 증진의 달’
초기 증상 없어 방치, 말기 진단 많아
환자 70%는 수술 못하고 항암치료
금연하고 정기 검진으로 예방해야

초기 증상이 거의 없는 폐암은 흉부 X선 검사와 저선량 흉부 CT를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숨 쉬는 일은 너무도 자연스럽다. 그런데 폐에 악성종양이 생기면 이 단순한 생명 활동도 위협을 받게 된다. 폐암은 특별한 증상 없이 조용히 자라다 손쓰기 어려울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기침이 오래 간다 싶어 병원을 찾았더니 폐암 말기를 진단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상당수는 수술이 어려울 정도로 진행된 상태에서 암을 발견한다.
폐암은 국내 암 사망률 1위다. 국가암등록통계(2018~2022)에 따르면 폐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41% 정도다. 전이가 없는 조기 폐암일 경우 80%까지 올라간다. 조기에만 발견하면 충분히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애매한 증상이라도 방치하지 말고 조기 진단을 위해 적극적으로 검진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11월 ‘폐암 인식 증진의 달’을 맞아 정기 검진의 중요성을 되새겨볼 때다.
여성·비흡연자 폐암 환자 증가
폐암은 오랫동안 흡연자의 병으로 여겨졌다. 폐암의 가장 큰 위험 인자는 여전히 흡연이다. 실제로 전체 폐암 환자의 약 70%는 흡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흡연량이 많고 기간이 길수록 폐암 위험도 그만큼 증가한다.
하지만 흡연 여부와 무관하게 폐암이 발생하기도 한다. 대한폐암학회의 비흡연인 폐암 자료(2024)에 따르면 국내 폐암 환자의 약 36%는 비흡연자다.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이정미 교수는 “간접흡연이나 미세먼지, 라돈·석면·비소 등 직업성 발암물질 노출, 요리 시 발생하는 연기 같은 환경적 요인이 비흡연자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며 “특히 비흡연자 폐암은 여성 환자의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가족력도 큰 영향을 미친다. 부모나 형제 중 폐암 환자가 있다면 발병 위험이 약 2~3배 증가한다.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이나 다른 암 병력이 있는 경우도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폐암은 유전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예외가 없다.
폐에는 감각 신경이 없다. 그래서 암이 자라도 통증이 나타나지 않는다. 암이 진행하면 ▶기침·가래 ▶쉰 목소리 ▶객혈(피 섞인 가래) ▶흉통 ▶호흡곤란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러한 증상만으로는 병을 알아채기 어렵다. 특히 기침·가래 같은 증상은 다른 호흡기 질환에서도 흔히 나타나 질환을 착각하기 쉽다. 처음엔 감기나 폐렴으로 진단할 수 있지만, 치료를 했는데도 3주 이상 증상이 나아지지 않을 땐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암이 전이되면 두통·뼈 통증·하지 마비 같은 전신 증상이 생긴다. 고려대안암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정재호 교수는 “초기 폐암 환자 중 약 25%는 증상이 거의 없어서 정기 검진을 통해 발견된다”며 “통증이 느껴질 땐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폐암의 표준 치료는 수술이다. 종양이 국소에 머물러 있는 초기(1~2기)라면 수술만으로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진단 당시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전체의 30%에 그친다. 무증상으로 병을 키우다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수술 시기를 놓치면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조기 진단이 폐암의 치료 방향과 예후를 결정하는 핵심이다.
폐 기능 살리는 수술로 진화
수술법도 눈에 띄게 발전했다. 사람의 폐는 오른쪽 세 개, 왼쪽 두 개의 엽(조각)으로 이뤄져 있다. 과거에는 암이 생긴 폐엽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엔 폐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정밀 수술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강동경희대병원 흉부외과 손종배 교수는 “암이 위치한 부위만 떼어내는 구역절제술과 종양 부위만 쐐기처럼 잘라내는 쐐기절제술, 그보다 더 미세한 소구역절제술까지 절제 범위는 점점 줄고 있다”며 “가장 많이 시행되는 구역절제술은 폐암 환자의 호흡 기능과 삶의 질을 지키는 정밀 수술로 통한다”고 말했다.
현재 폐암 수술은 대부분 최소침습 수술로 진행된다. 가슴을 크게 여는 개흉수술 대신 3~4㎝ 크기의 구멍으로 내시경이나 로봇팔을 넣어 폐를 절제하는 흉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이 보편화됐다. 절개 범위가 작을수록 회복이 빠르고 통증·감염 위험도 낮다. 고령 환자나 기저질환자에게도 안전하게 수술을 적용할 수 있어 치료 성과가 높아졌다.
폐암 예방의 출발점은 단연 금연이다. 금연은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효과적이다. 흔히 20년 이상 담배를 끊어야 폐암 위험이 비흡연자 수준으로 낮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간접흡연 역시 폐암을 유발하는 만큼 가족과 주변인을 위해서라도 금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 안에서 요리를 할 땐 환기가 필수다. 창문을 열거나 환풍기를 사용해 연기로 인한 폐암 위험을 줄여야 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은 외출을 줄이고, 야외 활동이 불가피할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이롭다.
정기 검진은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유일한 길이다. 만 54~74세, 30갑년(하루 1갑씩 30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사람은 국가암검진사업을 통해 2년마다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저선량 흉부 CT는 초기 병변을 잡아내는 핵심 검사다. 비흡연자라도 가족력이 있거나 고위험 환경에 노출된 경우라면 최소 3~5년마다 폐암 검진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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