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뉴스] [확대경]동해시에 절실한 ‘달빛어린이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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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정 동해시의원

필자는 아이 셋을 키우고 있는 다둥이 엄마다. 아이가 밤에 아프면 당황하고 걱정이 앞선다. 아이들은 예고없이 갑자기 아픈 경우가 많다. 낮에는 잘 놀다가, 밤에 갑자기 열이 나기도, 토하거나 설사를 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부모들은 응급실을 찾게 된다. 하지만 야간 응급실에는 소아과 응급진료를 안 보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중환자나 부상자가 우선이고 발열, 토사 등 소아질환을 앓는 아이들은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동해시에도 24시간 응급진료기관은 있다. 그러나 야간 소아환자는 제대로 진료받을 수 없다. 의사가 부족하고, 소아과 전문의가 없기 때문이다. 강릉아산병원도 의정 갈등 이후 소아환자를 받지 않는다. 발열, 기침, 구토, 설사 등 심각하지 않은 소아질환으로 한밤에 원주나 서울까지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픈 아이를 두고 무작정 아침을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이면 부모들의 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이것은 비단 동해시 엄마아빠들만 겪는 상황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는 2014년에 ‘달빛어린이병원’을 만들었다. 달빛어린이병원은 아이가 밤중에도 낮과 똑같이 진찰받을 수 있는 병원이다. 소아 경증 환자에게 평일 야간이나 휴일에 외래 진료를 통해 신속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었다.
달빛어린이병원은 장점이 매우 많다.
먼저 응급실보다 비용 부담이 적다. 응급실에서는 기본 진료비 외에 응급관리료가 추가되지만, 달빛어린이병원에서는 일반 소아과와 동일한 진료비가 적용된다. 둘째,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응급실에서는 중증 응급환자가 우선이므로, 경증 소아환자의 경우에 신속한 진료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셋째, 전문적인 소아진료를 받을 수 있다. 대부분 소아청소년 전문의가 직접 진료하므로, 외과나 응급의학과 전문의보다 아이에게 맞는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전국에 109개의 달빛어린이병원이 운영되고 있다. 강원도에서도 이미 춘천, 원주 두 곳에 있고, 5월 1일부터 강릉에도 달빛어린이병원이 생겼다.
동해시에서도 달빛어린이병원이 조속히 운영되어야 한다. 달빛어린이병원은 병원을 새로 설립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병·의원에서 소아청소년 야간진료를 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에 필요한 운영비를 정부가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우리는 이미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하기 위한 절반의 준비를 마쳤다. 병원 진료 후, 약 타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작년 말 ‘동해시 공공심야약국 운영 및 지원 조례’를 발의, 제정하였다. 지난 3월 1일부터 천곡동의 ‘삼삼온누리약국’은 매일 밤 8시부터 11시까지 심야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이제 야간과 휴일에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소아과병원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쉽지 않다. 동해시에는 소아과와 소아과의사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만약 개별 소아과의원에서 독자적으로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하기 어렵다면, 기존의 응급진료기관에 야간진료가 가능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채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속초의료원과 영월의료원, 태백병원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고, 삼척의료원도 소아과 전문의 채용을 통해 야간진료를 준비하고 있다. 필자는 공공심야약국 조례를 제정한 것처럼, 달빛어린이병원 운영에 필요한 조례 제정과 예산확보에도 적극 나설 것이다.
작년에 동해시에서 343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올해도 3개월동안 100여명의 새 생명이 동해시의 품에 안겼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2명, 동해시는 0.95명이다. 지방소멸을 방지하자는 거창한 담론이 아니더라도, ‘밤에 혹시라도 아이가 아프면 어쩌지?’라는 엄마아빠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줘야 한다. 아픈 아이가 1분이라도 빨리 진료를 받고,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어주도록 모두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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