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군뉴스] [언중언]주민자치의 성장
본문

정선의 9개 읍·면, 그 뿌리마다 ‘주민자치’라는 씨앗이 움텄다. 인구 3만명의 지역 소멸 위기 지역이지만 읍·면 전역에 주민자치회를 세운 건 전국에서 유일하다. 2020년 2월4일 화암면을 시작으로 지난달 3일 남면까지 주민자치회가 설립되는 데 5년의 시간이 걸렸다. 제도보다 사람이 앞섰고, 계획보다 의지가 깊었다. 사람과 땅이 함께 늙어가는 고장에서 정선 주민들은 스스로 마을을 살리는 쪽을 택했다. 지역 소멸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행정과 주민이 손을 맞잡았고, 그 협력은 단순한 분담을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계기가 됐다. ▼공자는 ‘백성이 믿지 않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民無信不立)’고 말했다. 주민자치는 법이 아닌 신뢰로 굴러간다. 정선의 주민자치회는 자문기구 수준을 넘어 예산을 논하고 사업을 설계하며 마을을 새롭게 짜고 있다. 고한읍은 청소년 교육과 일자리를 연계했고, 북평면은 유휴 공간을 정원으로 탈바꿈시켰다. 마을의 문제를 스스로 짚고, 그 해법을 자치 안에서 찾았다. 지역이 스스로를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큰 의미를 지닌다. ▼세계 곳곳도 ‘작은 정부, 큰 공동체’를 실험 중이다. 핀란드 북부 외딴 마을들에선 주민이 모여 교통, 의료, 돌봄을 스스로 조율한다. 정선이 그 길을 닮아가고 있다. 부녀회, 번영회, 이장단과의 연계는 ‘마을 단위의 연합정부’처럼 작동하고 있다. 그저 행정은 도우미일 뿐, 주체는 주민이다. 위에서 내려주는 ‘시혜’가 아니라 아래부터 올라오는 ‘자치의 힘’이 느리지만 탄탄하게 지역을 변화시키고 있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정선의 주민자치는 이제 뿌리를 내렸다. 그러나 가지를 더 키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선 권한과 자율이 뒤따라야 한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젊은 세대의 참여, 지속 가능한 예산 구조,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의제 발굴. 모두 남은 숙제다. 하지만 단 하나는 분명하다. 마을을 가장 잘 아는 이들은 마을에 사는 주민들이다. 정선을 바꾸는 일은 결국 정선 사람들의 몫이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