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군뉴스] [언중언]예방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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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남원 기자

화를 막는 가장 좋은 길은 그것이 생기기 전에 손을 쓰는 것이다. 정선군이 대상포진 예방접종 지원에 나선 배경도 여기에 있다. 대상포진은 칼날 같은 통증과 후유증으로 중년과 노년의 삶을 갉아먹는 질환이다. 2회 접종에 50만원 가까운 예방 비용은 고령자에겐 넘기 힘든 벽일 수 있다. 병이 나기 전 막는 것, 행정이 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개입이 아닐까? ▼하지만 중앙정부는 발을 빼려 한다. 정선군은 접종비 지원을 주민들에게 약속했지만, 정작 보건복지부는 ‘선심성’이라는 낡은 틀로 정선군 정책에 대해 난색을 표하며 10만원 선에서 지원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반면 호주와 영국은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100% 지원하고, 자부담률을 중시하는 일본과 싱가포르마저 50%를 정부와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다. 시기를 놓치면 효과가 반감되는 예방접종의 특성을 감안해 정선군은 올 하반기부터 우선 10만원의 접종비라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검토 중이다. 관련 조례 개정과 예산 확보 등 행정 절차도 속도감 있게 진행 중이다. ▼평온할 때 위기를 대비하라는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병원도 약국도 드문 정선 같은 고령화 지역에선 이 말이 곧 생존이다. 예방은 통계가 아닌 삶이고, 효율이 아니라 존엄의 문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대상포진 백신은 50세 이상에서 97.2%, 70세 이상에서도 91.3%의 예방 효과를 보인다. 건강 불평등 해소, 건강보험 재정 안정 모두 ‘예방접종’ 하나로 닿을 수 있다. 복지의 본질은 치료가 아니라 예방에 있는 것이다. ▼정선군은 이미 공영버스 무료화, 민생지원금 등 지역 맞춤형 복지로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예방접종 지원 역시 그 연장선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주가 독감 백신 전면 무료화를 통해 가져온 수천억원의 치료비 절감 효과처럼, 정선의 실험은 ‘작지만 큰 투자’다. 정부가 외치는 ‘국민 중심 행정’과 ‘지역 균형 발전’은 결국 이런 지방의 손발을 묶지 않고 전향적으로 지원할 때, 국민들에게는 비로소 진심으로 와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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