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물과 예단, '허례허식'과 '성의 표시' 그 아슬아슬한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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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주고받는 순간에는 공기가 미묘하게 달라집니다. 손에 건네는 상자의 크기나 브랜드보다, 그 안에 담긴 마음의 무게가 더 크게 느껴지는 때가 있지요. 결혼 준비 과정에서 마주하는 예물과 예단도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결혼이니까 당연히 하는 거 아닌가?” 싶다가도, 막상 현실적인 금액과 기준을 고민하다 보면 ‘이건 성의일까, 아니면 허례허식일까?’라는 질문 앞에 서게 됩니다. 부산웨딩박람회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이지만, 그 표면적인 정보만으로는 이 섬세한 감정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예물은 두 사람이 함께 시작할 앞길을 상징하는 ‘약속의 징표’ 같은 존재입니다. 반지, 시계, 혹은 실용적인 가전까지 형태는 달라도 담고 있는 의미는 비슷합니다. 문제는 주변 시선이 개입되는 순간입니다. “요즘은 다 이 정도로 한다더라”, “신랑 쪽이 좀 더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니냐” 같은 말들은 어느새 비교의 잣대를 들이대며 두 사람의 기준을 흔듭니다. 성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에서 출발하는데, 사회적 기준은 숫자와 브랜드로 평가하려 든다는 점이 난감합니다.


예단도 마찬가지입니다. 본래는 감사와 예의를 전하는 의미였지만, 세월을 거치며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더 짙어졌습니다. 부모님 세대에게는 체면과 격식을 지키는 행위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고, MZ 세대에게는 경제적 부담과 낡은 관습의 이미지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느 쪽도 틀렸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결혼은 두 세대가 만나는 사건이고, 각자의 가치관이 부딪히는 지점에서 갈등이 생기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허례허식과 성의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저는 ‘진짜 목적’을 잊지 않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여주기 위한 선택인지, 상대를 존중하고 감사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선택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면 답이 조금 선명해집니다. 예물의 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서로의 상황과 가치관을 어떻게 존중했는지가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예단 역시 관습을 완전히 배제할 필요는 없지만, 부모님과 대화를 통해 양가가 모두 부담스럽지 않은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때로는 금액을 줄이는 대신 손편지나 의미 있는 소품을 더하는 식의 ‘진짜 마음’이 오히려 깊은 울림을 전하기도 합니다.


결혼은 둘만의 일이면서 동시에 양가가 함께 만드는 축제입니다. 그래서 균형 감각이 필요합니다. 전통의 멋을 지키되, 현재의 현실을 무시하지 않는 선택. 겉으로 화려해 보이지 않아도, 두 사람이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결정한 예물과 예단이라면 그 자체로 충분히 단단합니다. 결국 결혼식 이후 남는 것은 금액표가 아니라, 그 과정을 함께 통과하며 쌓인 마음의 기록이니까요.


허례허식인지, 성의 표현인지는 정해진 정답이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진심과 대화가 담긴 선택은 시간이 지난 뒤에도 후회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예물과 예단 역시 ‘해야 하는 관습’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마음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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