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때 ‘젊음의 거리’...신촌ㆍ이대 상권 살리기, 백방으로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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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는 지난달 29일 SM그룹에 표창장과 감사패를 수여했다. SM그룹이 지난해 4월 신촌으로 사옥을 이전함에 따라 그룹사 직원 800여명이 신촌 주변 상권 활성화를 위해 구내식당 도입을 미루는 등 지역과의 상생을 도모하는 점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다.
올 상반기 중 SM그룹 신촌사옥에는 200여명의 직원이 추가로 입주할 계획이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이날 “SM그룹이 신촌민자역사로 계열사를 이전한 덕에 이대 상권에 활력이 더해지고 새로운 상점도 많이 생겨났다”며 “다른 기업들도 유입될 수 있도록 신촌과 이대 지역 재구조화에 적극 힘쓰겠다”고 말했다.
'추억만 남은 상권' 다시 꽃필까

지난해 말 연세대학교 정문에서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이르는 연세로를 걷고 있는 시민들. 올해 1월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이 해제되면서 버스 같은 대중교통은 물론 일반 차량의 진입이 가능해졌다. 뉴스1
서울시와 서대문구가 신촌ㆍ이대 지역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신촌ㆍ이대 지역은 한때 오늘날의 성수동 못지않은 ‘대한민국 젊음의 거리’로 통했다.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다 보니 유행과 소비 흐름을 이끌었다. 한때 명동ㆍ압구정동과 함께 ‘대한민국 3대 상권’ 중 한 곳으로 꼽힐 정도였다. 스타벅스(1999년 개점)ㆍ투썸플레이스(2002년)ㆍ크리스피크림도넛(2004년) 등이 모두 1호점을 신촌ㆍ이대 일대에 열었다. 이 일대는 신촌블루스·들국화·동물원 같은 뮤지션들의 주무대였다. 하지만 신촌ㆍ이대 상권은 현재 과거의 영광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쇠락한 상태다. 인근 연남동과 홍대 상권 등에 밀려 상권이 노후화한 데다, 신촌 상권 특유의 개성이 사라지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긴 탓이다. 이는 수치로도 입증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신촌ㆍ이대 상권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18.6%다. 같은 기간 전국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8%, 서울은 6.5%였다. 상권만 놓고 보면, 시쳇말로 ‘고사(枯死) 직전’이다.
기업 유치하고,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이에 서대문구는 신촌ㆍ이대 지역을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와 서대문구는 우선 올해 초부터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연세대 정문에 이르는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해제하고, 모든 차량의 통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1일 “2023년 대중교통지구를 시범 해제해 2022년 상반기와 비교해보니 매출액은 22% 늘었고, 서울시의 대중교통전용지구 재시행 조치 때에는 매출액이 6.1% 감소하는 등 일반차량 통행이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명백히 입증됐다”며 “분석을 토대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해제해 신촌으로의 접근성을 높여 인근 상권의 활성화를 도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열린 '신촌글로벌대학문화축제 현장. 사흘 동안 열린 축제에는 132만명의 유동인구가 몰렸다. 사진 서울 서대문구
2023년 3월에는 신촌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 이대 지역의 입점 권장업종 대상을 의류ㆍ잡화 소매점과 이ㆍ미용업 등에서 음식점, 공연장, 학원, 의원 등으로 확대했다. 입점 가능 업종제한을 사실상 폐지한 것이다. 이외에도 지난해에는 이대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상권 매거진 및 지도를 만들어 SM그룹 및 동주민센터 등에 배부했다. 또 이대 상권만의 매력을 극대화할 로컬 크리에이터 양성과정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신촌·이대 맞춤형 콘텐츠를 제작ㆍ배포해 소비자가 유입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서대문구는 또 신촌ㆍ이대 지역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한때 ‘문화예술의 메카’로 여겨졌던 신촌ㆍ이대 지역의 저력을 되살려내기 위한 노력이다. 우선 청년들을 중심으로 인디음악 생태계를 활성화해 신촌을 ‘청년 음악도시’로 다시 만들어 가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인디레이블 및 공연장, 민간기업 등과 협력해 인디뮤지션에게 공연 기회를 주고, 인디음악 기획자를 양성해 신촌을 지속가능한 인디음악의 장으로 구축한다는 목표다. 지난해부터 서대문구청 주도로 ‘인디뮤직페스티벌’을 비롯한 크고 작은 ‘인디음악 공연’이 신촌 일대에서 열린 이유다.

지난해 9월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열린 '신촌글로벌대학문화축제 현장. 사흘 동안 열린 축제에는 132만명의 유동인구가 몰렸다. 사진 서울 서대문구
댄스 배틀에, 글로벌대학문화축제까지…글로벌 알리기도 한창
신촌 만의 콘텐츠를 발굴해, 글로벌 상권으로의 도약을 꾀하는 프로그램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K-팝 댄스 실력을 겨루는 ‘신촌 댄스 랩소디’가 최근 진행 중이다. 다음 달 7일에는 내ㆍ외국인 참가자가 모여 춤실력을 겨루는 통합 본선이 열린다. 매년 9월마다 열리는 ‘신촌글로벌대학문화축제’도 신촌의 글로벌 도시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한 것이다. 지난해 축제에는 132만명의 유동인구가 몰렸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어찌 보면 지금이 신촌·이대 상권을 살려내기 위한 노력의 본격적인 시작 단계"라며 "신촌·이대 일대를 대한민국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인이 찾는 글로벌 대학거리로 키워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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