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탱크공장서 ‘육군 현대화’ 외친 김정은…러시아 상시 군수공장 자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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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탱크공장에서 ‘제2차 장갑무력 혁명’을 언급하며 재래식 전력을 현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남북 간 재래식 전력의 격차를 극복하는 동시에 군비경쟁까지 불사해 장기적으로도 러시아의 군수 ‘하청공장’의 입지를 굳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노동신문은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요탱크공장을 방문해 탱크와 장갑차를 최신식으로 바꾸는 등 '제2차 장갑무력혁명'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탱크 위 무릎 꿇은 김정은…재래식 전력 강화에 무게감 담아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탱크공장 현지지도에 나선 김정은이 “생산실태와 현대화 사업정형, 탱크 핵심기술 연구과제 수행정형을 구체적으로 요해(파악)했다”고 4일 보도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김정은은 “우리 육군에 최신식 탱크와 장갑차들을 지난 세기의 장갑무기들과 교체장비시키는 것은 무력건설과 육군 현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특히 김정은은 “이곳 군수 기업소와 연관 기업소들의 현대화를 다그쳐 첨단수준의 대규모 탱크, 자행포(자주포) 생산능력을 조성하고 우리 무력의 장갑무기체계들을 빠른 기간 내 전반적으로 갱신하는 것은 제2차 장갑무력 혁명을 일으킬 데 대한 당중앙의 원대한 구상과 전략적 기도 실현에서 나서는 중요한 과업”이라고 말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요탱크공장을 방문해 탱크와 장갑차를 최신식으로 바꾸는 등 '제2차 장갑무력혁명'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노동신문=뉴스1
또 매체는 김정은이 “탱크 설계에 대한 관점을 재검토하지 않는다면 장갑무력 건설을 올바로 진행해 나갈 수가 없다고 하며 탱크 현대화의 기본방향과 그를 위한 과업과 방도를 밝혔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공개된 사진에는 김정은이 신형 탱크 위에 올라 무릎을 꿇고 내부를 살피며 무엇인가 설명하는 모습이 담겼다. 적극적 군사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한편 기갑 등 재래식 전력을 향한 당부에 한층 무게감을 실으려는 행보로 읽힌다.
신형 탱크에 첨단 기술 적용한 흔적
김정은이 이번에 최식식 탱크라고 칭한 무기체계는 지난해 11월 무장장비 전시회 '국방 발전-2024'에서 등장한 전차로 추정된다. 당시 해당 전차를 놓고 북한이 능동방호체계(APS), 원격사격통제시스템(RCWS)을 적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는 전차 운용 전력의 외부 노출을 최소화하면서 적의 대전차 미사일 등을 감지·요격하는 데 특화돼 있는 시스템이다.
김정은도 이번에 “신형 능동방호종합체와 피동방호수단들, 전자전종합체를 보다 혁신적으로 갱신한 모든 성과는 우리식 탱크 핵심기술에서의 커다란 진보를 의미한다”며 기술 진전을 시사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APS, RCWS를 탑재한 전차를 북한군이 먼저 전력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군의 주력 전차 K2의 경우 관련 기술이 완전히 전력화되지 않았다고 한다.

북한 노동신문은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요탱크공장을 방문해 탱크와 장갑차를 최신식으로 바꾸는 등 '제2차 장갑무력혁명'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군 안팎에선 북한 신형 전차의 실전성에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하지만 첨단 기술로 재래식 전력을 보강하려는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뒤에도 러시아에 재래식 전력을 공급하는 군수공장의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사실상 ‘군비경쟁’ 의지…한반도 넘어 러시아 파트너 역할 시사
재래식 전력과 관련한 북한의 군비 경쟁이 한반도만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는 관측은 그래서 나온다. 한·미에 비해 크게 뒤처진 재래식 전력을 쉽게 극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북·러 군사협력을 장기적으로 보고 러시아의 후방기지 역할을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군 당국자는 “반대급부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 핵추진 잠수함 기술 등 핵·미사일 관련 첨단 기술을 최대한 받아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재래식 전력 현대화에 러시아의 노하우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이번 현지지도 장소가 평안북도 구성으로 추정되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유용원 의원은 “북·중 국경선에서 약 50㎞ 떨어진 구성 전차공장은 지리적으로 러시아에 군사지원이 용이하다”며 “2010년대부터 꾸준히 공장 증설이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 사진에는 600㎜ 초대형방사포 ‘KN-25’의 이동식발사차량(TEL), 북한판 K9 자주포 포탑 등도 포착됐다. 재래식 전력의 물량은 물론 종류도 늘리며 공급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북한 노동신문은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요탱크공장을 방문해 탱크와 장갑차를 최신식으로 바꾸는 등 '제2차 장갑무력혁명'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옆에 초대형방사포 KN-25의 이동식발사차량이 세워져있다. 노동신문=뉴스1
다만 상황이 김정은의 계산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에서 이미 전시경제 체제를 갖춘 러시아가 북한 무기를 향후 대량으로 필요로 할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재래식 전력 보강을 위한 대규모 투자 등은 그만한 시장이 확보돼야 경제적 효용성이 있다”며 “전차뿐 아니라 최근 최현호 진수식에서 드러난 해군력 강화와 같은 일련의 군비 경쟁이 오히려 북한 경제에 또다시 왜곡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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