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팔 부러져도 "쾌감 포기 못해"…10대 '픽시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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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만난 김모(선덕중 2학년)군이 자신의 픽시 자전거를 보여주고 있다. 김군은 "같은 반 친구들 상당수는 멋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브레이크를 뗐다"고 말했다. 신혜연 기자

최근 청소년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픽시 자전거(fixed-gear bicycle)를 둘러싼 안전 문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픽시 자전거는 브레이크 등 제동 장치가 없어 속도가 매우 빠르지만,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로 분류되지 않아 명확한 운행 규정이 없는 상태다.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만난 임정수(가명·17)군은 픽시 자전거를 타고 스키딩(바퀴를 끌어 마찰을 일으키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그는 광진구 소재 집에서 고등학교까지 매일 30분 넘는 거리를 픽시 자전거로 통학한다고 한다. 최근 사고를 당해 팔이 부러지기도 했지만, 픽시 자전거 타는 것을 그만두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속도감과 기술을 선보일 때 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픽시 자전거는 본래 경기용으로 제작된 자전거를 상용화한 것으로, 브레이크나 변속기 없이 고정된 기어를 사용한다. 일반 자전거는 브레이크 등으로 제동을 걸지만, 픽시 자전거는 특수 신발을 신고 페달을 반대로 구르거나 바퀴에 발을 대 멈추는 방식을 사용한다. 브레이크를 장착한 모델도 판매되지만 10대 사이에선 “멋지지 않다”는 이유로 자체적으로 떼고 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날 올림픽공원에서 만난 선덕중 2학년생 김모(14)군도 “한 반에 27명 중 5명 이상이 픽시 자전거로 통학한다”며 “유튜브에서 여러 기술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해 기존 자전거를 팔고 돈을 보태 700만원짜리 픽시 자전거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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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픽시 자전거로 스키딩 기술을 선보이고 있는 임정수(가명·17)군. 신혜연 기자

시중에서 약 150만원부터 1500만원까지 비교적 고가에 구매해야 하지만 10대 사이에선 유행 아이템이 됐다. 픽시기어서울 관계자는 “기존에도 픽시 자전거가 많이 사랑받았지만 최근 3년 사이 10대로 고객층이 넓어졌다”며 “초등학교 4~6학년이 전체 고객층의 30%를, 중·고등학생까지 합치면 전체의 60%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픽시 자전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관련 규정은 사실상 전무하다. 브레이크가 없는 픽시 자전거는 현행법상 차도뿐 아니라 자전거 도로에서도 탈 수 없다. 제동 장치가 없으면 도로교통법이 정하는 자전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도 위를 달리는 것도 불법이다. 오토바이처럼 안전모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

이 때문에 행정안전부 등 자전거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에도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학부모들로부터 픽시 자전거가 무엇인지, 자전거 도로에서 이용할 수 있는지 등 문의가 꾸준히 온다”며 “현행법상 제동 장치가 없어 자전거 도로에서 이용할 수 없게 돼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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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전안전부에서 교부하는 자전거 이용 관련 안내문. 픽시 자전거에 대해서 ″일반 자전거보다 제동거리가 멀어 위험하다″고 적었다. 사진 행정안전부 제공

학부모 사이에선 픽시 자전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100만원 짜리 자전거를 사주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심지어 안전해 보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자녀들에게 픽시 자전거를 사주지 말라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배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픽시 자전거와 관련된 명확한 법 규정과 계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픽시 자전거를 타다가 단속되는 사례도 없고 지방자치단체 등이 단속할 의지도 없는 게 문제”라며 “관련 법을 만들고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홍보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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