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통일교 전 간부로 수사 확대…김여사 목걸이·명품백 경로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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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피스 서밋(PEACE SUMMIT) 2023 개회식에서 당시 통일교 세계본부장 윤모씨가 자료 사진으로 2022년 11월 아프리카 대사단 초청 만찬에서 연설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자리에 앉은 김건희 여사 사진을 띄워놓고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독자 제공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64)씨의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부정 청탁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통일교 교단 내외 중점 사업을 청탁한 주체로 지목된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 부부를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4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 박건욱)는 지난 3일 전씨를 부정 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부부 사저인 아크로비스타와 김건희 여사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전 수행비서 2명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지 사흘 만이다.
전씨는 통일교 세계본부 전 본부장과 선문대 부총장을 역임한 윤씨로부터 샤넬 명품 백과 통일교 계열사인 (주)일화의 천수삼 농축차, 영국 명품 귀금속 그라프(graff)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네받아 지난 2022년 4~8월 김건희 여사에게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금품을 윤씨 부부로부터 건네받은 경위와 실제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했는지, 시기와 경로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교 계열 (주)일화에서 판매하는 천수삼 농축액. 사진 일화 홈페이지 캡처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씨는 윤 전 대통령 당선과 취임 전후인 2022년 4~6월 준비한 명품 가방을 전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전달한 의혹을 받는다. 이 명품 가방은 단순 인사 차원으로 건넸다는 전언도 있으나 검찰은 캄보디아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UN 제5사무국 유치 등 통일교 중점 사업 청탁 명목으로 보고 있다. 이후 기획재정부는 2022년 6월 13일 캄보디아 프놈펜 경제재무부 회의실에서 ODA 통합정책협의를 개최하고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기존 7억 달러(2016~2023년)에서 15억 달러(2022~2026년)로 증액했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 선물용으로 천수삼 농축차도 전씨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천수삼 농축차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창립된 식품 품질평가 기관 몽드 셀렉션에서 다수 수상 이력이 있는 해외에서만 판매하는 고가의 차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6000만원 선으로 알려진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2022년 6월 30일 나토(NATO) 순방 이후 전씨에게 건네진 것으로 보고 있다. 김건희 여사는 나토 순방 당시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와 그라프 귀걸이를 착용했다가 같은 해 8월 ‘고가 명품 착용’ 논란에 휩싸였다. 이 시기에 윤씨가 “영부인이 목걸이를 왜 빌려서 착용하느냐”며 전씨에게 선물용으로 그라프 목걸이를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이동하며 지지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YTN 인수 청탁 의혹도 수사
검찰은 지난달 25일 윤씨와 함께 일한 통일교 간부를 참고인으로 불러 YTN 인수 관련 청탁 의혹에 대해 캐물었다고 한다. 윤씨가 목걸이를 건넨 시기인 2022년 10월 11일 윤석열 정부의 YTN의 지분 매각이 공식화됐다. 윤씨가 전씨를 통해 대통령 부부뿐 아니라 이른바 국회 ‘윤핵관’과 친분을 쌓으려 했다는 의혹도 있다.
당시 국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여당 한 의원이 “공기업이 YTN 지분을 갖고 있으면 효율성과 자산 가치가 낮다는 인식에 주가도 저평가된다”고 지적했는데, 이에 당시 한전KDN 사장이 “지분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답해 윤석열 정부의 YTN 공기업 지분 매각이 수면 위에 떠올랐다. 통일교 내부 사정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YTN 인수 시도에 대해)교단 내외 행사를 지상파, 종편 방송으로 내보내려고 해도 방송사들이 기존 기독교계 민원을 견디지 못해 결방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차라리 방송국을 인수하자는 여론이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윤씨 뿐 아니라 세계본부 재정국장을 맡았던 윤씨의 아내 이모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이씨는 세계본부의 전신인 세계선교본부 시절부터 10여년 간 회계·재정을 담당해 윤씨가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사용한 돈의 출처를 아는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이씨는 전씨와도 기도비 관련 문자를 주고받은 걸로 파악됐다. 앞서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윤씨에게 고문료 명목으로 두 차례에 걸쳐 500만원씩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전씨와 윤씨는 2023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에만 336차례 통화하며 각별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 사무실 소재 서울남부지검 별관. 손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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