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차관이 경제장관회의 주재…한·미 고위급 채널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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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5년도 1차 추가경정예산안 통과 후 감사 인사를 한 뒤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통상전쟁 중 한국이 ‘장수’ 없이 전장에 서게 됐다. 경제사령탑인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지난 1일 사퇴하면서다.
최근 현안이 많아 거의 매주 열리던 경제관계장관회의(경장)부터가 난관이다. 4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제부총리 대신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범석 기재부 1차관 주재로 이번 주에 회의를 열려고 논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경장은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 경제정책을 조율하고 통일된 메시지를 내놓는 핵심 창구다. 경장을 경제부처 선임 격인 경제부총리가 아닌 차관이 주재하게 되면 정책 리더십이 분산돼 조율 기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체감물가 관리, 내수 회복 등 시급한 민생경제 현안 대응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외환 시장의 변동성에 대응하는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 또한 흔들릴 수 있다. F4 회의는 12·3 비상계엄,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격변 속에서 금융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에 대응하는 핵심 회의체로 기능해 왔다. 김범석 직무대행이 지난 2일 첫 일정으로 F4 회의에 참석했지만, 기존의 최 전 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간 ‘투톱 리더십’ 체제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박경민 기자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가동돼야 할 대외 협상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대외경제장관회의’(대경장)와 ‘대외경제현안간담회’ 역시 당분간 정례적인 개최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의 통상 협의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한·미 장관급 2+2 통상 협의를 총괄하는 최상목 부총리가 사퇴하면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입장에서는 사실상 한국 측 카운터파트가 없어진 것과 다름없어서다. 실무협상은 지속되겠지만, 사실상 고위급 협의 채널 중 하나가 사라진 격이다.
외교 무대에서도 경제부총리 공백의 여파는 적지 않다. 오는 7일 예정된 체코 원전 수주 본계약 체결식에는 대통령이나 부총리급 없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할 전망이다. 양국 정상 간 협의를 통해 성사된 중요한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주무 장관만이 참석하는 상황이 됐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되는 한·일·중 및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제58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등엔 최지영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이 대신 참석한다. 현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일, 한·인도 재무장관 회담은 모두 취소됐다. 한국 대표자 직급이 차관보인 까닭에 양국 급이 맞지 않아 장관급 회의가 무산된 것이다. 앞서 최 전 부총리는 이번 출장에서 일본과 인도 재무장관을 만나 대미 관세 대응과 관련한 통상 현안을 폭넓게 논의하겠다고 밝혔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협상하는 쪽에서는 ‘불안정하다’ ‘신뢰할 수 없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연이은 사령탑 부재 상황은 협상에서 마이너스”라며 “더 큰 문제는 대선이 끝나고도 장관급 임명까지 시간이 걸려 이런 공백이 오래갈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경제 수장의 공백은 최소 2개월 이상 지속될 수밖에 없다. 차기 대통령이 6월 4일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명하더라도,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을 감안하면 새 경제 사령탑이 본격적으로 임기를 시작하는 시점은 7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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