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요란한 소수가 다수 지배하면…" 김장하, 문형배에 던진 묵직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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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지난 2일 경남 진주시에서 '평생의 은인' 김장하 선생을 만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지연된 배경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엠키타카' 영상 캡처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평생의 은인' 김장하 선생을 찾아가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기까지 숙고의 시간이 길었던 이유에 대해 털어놨다.
최근 임기를 마친 문 전 대행은 지난 2일 장학 후원자였던 김장하 선생을 경남 진주시에서 만나 "(탄핵심판 선고가) 오래 걸린 건 만장일치를 만들어보려고, 시간이 조금 늦더라도 만장일치를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선고는 지난 2월 25일 변론 종결 이후 38일 만에 이뤄져 역대 대통령 탄핵 사건들 가운데 최장 기간 평의를 기록했다.
문 전 대행은 재판관 8인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극심한 혼란과 분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한다. 그는 "재판관까리 이견이 있는 상태에선 국민을 설득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며 "만약 몇 대 몇으로 나가면, 그 소수 의견을 가지고 다수 의견을 공격할 것이기 때문에 소수 의견도 최대한 다수 의견으로 담아내기 위해 조율했다"고 설명했다.
문 전 대행은 또 "사건을 보자마자 결론이 서는 사람도 있지만, 모든 것을 다 검토해야 결론을 내는 사람도 있다"며 "당연히 빠른 사람이 느린 사람을 기다려야 한다. 급한 사람들이 인내할 필요가 있고, 실제 인내해 결과적으로 좋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장하 선생은 "애 많이 썼다"면서 문 전 대행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김 선생은 "다수결이 민주주의 꽃이라 그러는데, 요란한 소수가 조용한 다수를 지배하는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문 전 대행은 "요란한 소수를 설득하고 다수의 뜻을 세워나가는 지도자가 나올 것이고, 그런 체제가 가능한 게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 전 대행은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된 배경에 김 선생이 있었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1965년 경남 하동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대학교 졸업까지 '김장하 장학생'으로 학비를 받았다. 김 선생은 경남 진주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며 1983년 진주에 세운 명신고등학교를 1991년 국가에 헌납했고, 1000명 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줬다.
문 전 대행은 2019년 국회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서 "김장하 선생 덕분에 학업을 무사히 마쳤고 사법시험에도 합격할 수 있었다"며 "제가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인사하러 간 자리에서 선생은 '내게 고마워할 필요 없다. 갚으려거든 내가 아닌 이 사회에 갚아라' 했고, 그 말씀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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