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가정의 달, 치매 검사받으세요”...영등포구 치매안심센터 가보니
-
2회 연결
본문

임동선씨가 서울 영등포구 치매안심센터에서 수행한 경도인지장애 작업치료 프로그램. 문희철 기자
15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치매안심센터. 영등포구 주민 임동선(66) 씨가 운동치료를 마치고, 경도인지장애 작업치료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었다. 그는 주제별 단어 찾기, 무작위 글씨 판에서 과일 이름 골라내기, 간단한 계산 문제 등을 풀고 있었다.
지난해 신우신염·뇌경색 등 다양한 질병을 경험한 임씨는 치매안심센터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1년간 휴직했다. 그는 “개인 맞춤형 근력운동부터 정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치매안심센터에서 일괄적으로 제공한다”며“프로그램에 제대로 참여해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에 휴직까지 했다”고 말했다.
[르포] 서울 영등포구 치매안심센터

서울 영등포구가 제공하는 요양보호사 제도. 사진 영등포구
가정을 달을 맞아 치매 조기 검진을 무료로 제공하는 자치단체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기억을 지키는 소중한 선물’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정부·광역자치단체에 차원에서 치매를 안내하는 영상은 있지만, 치매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캠페인을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 마련한 건 영등포구가 처음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가 실시한 치매역학조사에 따르면 올해 97만명인 국내 치매환자 인구는 2040년 180만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치매로 인한 경제 비용은 세계적으로 2030년까지 2조달러(2853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 비용은 약 2400만원이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보건소에서 치매예방교실이 진행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문제는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조기 검진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다. 장수미 영등포보건소 치매안심센터 부센터장은 “치매는 초기 단계에서 빠르게 치료하면 경과가 좋지만, 경도인지장애를 방치하면 치매 환자의 60%가량이 3년 이내에 악화한다”고 설명했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집중력이 예전만 못하다고 느끼지만, 생활에 심각한 지장은 없는 상태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구민의 29.5%인 영등포구도 2040년 관내에서 1만5000명의 치매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캠페인을 준비했다. 경도인지장애 상태인 구민을 발 빠르게 찾아내 빠르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하면 본인의 정신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여기서 본인의 연령·학력 대비 낮은 평가(인지저하)를 받으면 진단검사를 한다. 검사 결과가 나오면 치매안심센터에 상주하는 신경과 전문의가 추정진단을 내린다.
진단은 ▶치매 ▶경도인지장애 ▶정상 등으로 구분한다. 치매로 추정진단 시치매안심센터는 병원에서 최종 진단을 받도록 의료기관을 연계하고, 이들에게 하루 3시간씩 주 2회 쉴 수 있는 공간(쉼터)을 제공한다. 치매 환자는 여기서 비약물 인지 지도 프로그램을 이수한다.
경도인지장애가 추정되면 하루 1시간씩 주 2회 운동치료·음악치료·작업치료 등을 제공한다. 영등포구 치매안심센터에는 작업치료사 5명과 음악치료사 1명, 운동치료사 1명이 근무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는 비대면 진료와 방문간호 서비스를 융합한 '치매 원격 정밀 검진'을 시작했다. [사진 강동구]
요양보호가족휴식제도, 日 4시간 돌봄 서비스

서울 영등포구 어르신 요양돌봄보호사가 어르신을 대상으로 돌봄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영등포구]
치매 환자가 발생하면 환자 가족도 부담스러워 한다. 영등포구는 환자 가족을 위해 2022년 전국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요양보호가족휴식제도를 도입했다. 요양보호가족휴식제도는 치매 환자가 있는 가정에 봉사자를 지원해 가족에게 휴식 시간을 제공하고 돌봄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이다. 1회당 최대 4시간 서비스한다.
영등포구에선 자원봉사자 750명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253가구에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요양보호가족휴식제도 이용 건수는 1122건이었다.

서울시 영등포구 치매안심센터. [사진 영등포구]
이 밖에도 영등포구 치매안심센터는 치매 가족을 대상으로 ‘가족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는 환자가 돌발적으로 행동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을 교육한다. 치매 환자가 가족과 함께 미술관·식물원 등을 방문하는 ‘가족 힐링 프로그램’도 있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처럼 ‘독박 간병’은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를 낳을 수 있다”며 “노인성 질환 환자 가족이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요양보호가족휴식제도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