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영화 관세" 발표 뒤엔, 막후 실세 안젤리나 졸리 부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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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2주일 이내”에 의약품에 품목별 관세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전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지시했던 외국 영화에 대한 100% 관세 부과 계획은 하루만에 사실상 보류하며 재차 ‘정책 후퇴’ 논란을 자초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보건과 의약품과 관련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이를 언론에 들어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명식에서 갑자기 자신의 최측근인 빈스 헤일리 국내정책위원장(트럼프 대통령 우측)을 호명해 언론 카메라 앞에 서도록 했다. EPA=연합뉴스
그런데 두 건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두 명의 이름이 거론됐다. 빈스 헤일리 국내정책위원장과 존 보이트 할리우드 특사다. 앞서 마이크 월츠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질 과정에서 극우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의 역할론이 제기된 데 이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숨은 실세가 서서히 노출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보건장관 ‘병풍’ 세운 채 소개된 ‘막후 실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제이 바타차리아 국립보건원(NIH) 원장, 마틴 마카리 식품의약국(FDA) 국장을 나란히 세워놓고 의약품 제조 촉진과 관련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에는 제약 공장 건설을 위한 승인 시간을 단축하고, 해외 의약품에 대한 검사 수수료를 인상하는 등의 내용을 담겼다. 또 ‘코로나19 중국 기원설’과 관련해 해외에서 진행되는 위험한 기능강화 연구에 자금 투입을 금지하는 행정명령도 처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의료와 관련한 행정명령 서명식에 자신의 최측근인 빈스 헤일리 국내정책위원장(뒤쪽 맨 우측)을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등과 나란히 세웠다. 그는 스티븐 밀러 부비서실장과 함께 트럼프의 정책을 설계한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AFP=연합뉴스
서명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 시점에 대한 질문을 받자 “향후 2주 이내에 발표할 것”이라며 “전 세계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는 매우 불공정하게 갈취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별도로 “의약품 가격과 관련 다음 주에 큰 발표를 할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리고는 돌연 “빈스 헤일리가 어디에 있냐”며 헤일리 위원장을 불러 전면에 세운 뒤 “빈스는 훌륭한 사람이고, 이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바람에 의약 관련 행정명령 서명식의 주인공을 기대했던 복지장관 등은 언론 노출을 최소화해왔던 막후 실세의 부상을 위해 설치된 ‘병풍’ 신세가 됐다.
원조 ‘정책 설계자’ 콤비 전면에 나서나
헤일리 위원장은 2016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설계하고 연설문을 작성해온 최측근 인사다. 그러나 각종 방송에 출연하거나 SNS에 충성심을 과시하는 글을 올리는 상당수의 다른 측근과 달리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 ‘숨은 복심’으로 불려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시간주 워런의 맥콤 카운티 커뮤니티 칼리지 스포츠 엑스포 센터에서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 부비서실장이 연설하는 것을 흐뭇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터뷰한 20명의 핵심 인사들은 그에 대해 “트럼프를 읽어 그를 움직일 정책을 만들고, 트럼프가 선호하는 것에 대해 그보다 나은 통찰력을 가진 사람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헤일리 위원장은 스티븐 밀러 정책담당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함께 공약을 설계한 장본인이다. 밀러가 이민정책과 보호무역을 주도했다면, 헤일리는 보건·에너지·주택 등 정책의 전반을 다뤄왔다.
그러나 WSJ는 당초 “헤일리와 밀러의 영향력은 일론 머스크의 영역과 충돌할 수 있다”며 이들이 전면에 나서기 어렵다는 관측을 해왔다. 그런데 머스크가 트럼프와 결별 수순을 밟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월츠 보좌관의 후임에 대해 “스티븐 밀러가 최우선 순위”라고 했다. 특히 지난 1일 월츠를 경질하면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보좌관직을 겸직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미 (밀러가) 그 자리를 맡고 있다”며 3일만에 말을 바꿨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헤일리 위원장을 이례적으로 언론에 노출시켰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연례 부활절 행사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움직이는 또 다른 ‘숨은 실세’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나는 (영화) 산업을 해치려는 게 아니라 돕고 싶다”며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그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관세를)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SNS를 통해 외국산 영화에 10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한 돌발 발언을 하루만에 사실상 철회한 말이다.
외국 영화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에 대해 영화계에서도 “관세가 오히려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을 더 어렵게 한다”는 비난이 나오자 백악관도 “최종 결정된 사안이 아니고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며 한 발 물러섰다.

원로배우 존 보이트(왼쪽)가 2020년 1월 28일 당시 대선에서 낙선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기 전 트럼프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말 원로배우 존 보이트와 마러라고에서 만나 영화산업의 부활 계획을 논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화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입력’한 주체로 존 보이트를 지목했다. 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부친이기도 한 그는 실베스터 스탤론, 멜 깁슨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할리우드 특별대사’로 임명한 인사 중 하나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보이트는 마러라고에서 영화산업에 대한 세제 혜택과 영화관 및 제작사에 대한 인프라 보조금 지급 등을 제안하며, 관세에 대해선 ‘제한적 상황’에서 도입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건의했다고 한다. 선후 관계를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보이트가 건의한 여러 사항 중 관세만을 내세워 일요일이었던 지난 4일 SNS에 즉흥적으로 “관세 부과 지시”라는 글을 게시했을 가능성이 있다.
인사에 영향 끼치는 ‘극우 인플루언서’
앞서 지난 1일 월츠 보좌관을 경질하는 과정에선 극우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루머가 백악관을 방문해 ‘NSC의 일부 참모들이 마가(MAGA·트럼프 핵심 지지층)에 충성하지 않는다’며 경질을 요구한 뒤 NSC의 일부 직원들이 실제로 NSC를 떠났다. 이후 루머는 지속적으로 월츠와 그의 참모인 알렉스 웡 부보좌관을 공격했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지난 1일 이들을 경질했다.

지난해 4월 뉴욕에서 극우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가 도널드 트럼프의 비자금 재판이 진행 중인 법원 앞에서 법원을 비난하는 내용을 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훌륭한 애국자"로 칭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루머의 백악관 방문 이후 그를 “매우 훌륭한 애국자”로 칭했다. 그는 당시 ‘인사 조치가 루머의 조언과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지만, “나 역시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가끔 권고에 귀를 기울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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