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SKT)의 ‘유심(USIM·가입자 식별 모듈)보호서비스’ 가입자가 총 2411만명(알뜰폰 이용자 포함)을 넘어섰다. 전체 가입자의 96% 이상이다.

SKT는 6일 서울 중구 삼화타워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용자 보호를 위한 조치 현황 등을 발표했다. SKT 측은 “오전 9시 기준 SKT 가입자 약 2300만 명과 알뜰폰 가입자 약 200만 명 중 총 2411만명이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됐다. 7일 정도까지는 해외 로밍 이용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이용자 모두 가입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14일쯤 로밍 이용 중에도 유심보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 한 뒤에는 나머지 이용자들에게도 안내 후 자동 가입을 진행할 계획이다.

6일 서울 시내 한 SK텔레콤 매장의 모습. 매장 앞에 유심 교체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유심칩 교체의 경우 지금까지 총 780만명이 예약을 신청했고, 104만명이 교체를 마쳤다. 여전히 재고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SKT 관계자는 “어떤 날은 10만 개, 많게는 하루에 100만 개도 들어오는 등 상황이 다소 유동적이지만 다음주부터는 물량이 많이 들어올 것을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물량이 충분하지 않다 보니 예약한 분들의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SKT는 유심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5일부터 전국 직영·대리점을 통한 신규가입을 중단했다. 통신 3사 상품을 모두 취급하는 판매점에선 신규가입이 가능하지만, 이 역시 평상시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그 사이 ‘탈 SKT’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규 가입 중단 첫날 SKT에서 KT로 7087명, LG유플러스로 6658명 등 총 1만3745명이 번호이동으로 SKT에서 이탈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선 SKT가 약정이 남은 고객들에게 번호이동 위약금을 면제해 줄 경우, 이탈 행렬은 더 빨라지고 시장의 판도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KT는 아직 위약금 면제에 대해선 확실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최민희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6일 “통신 3사는 사업자 귀책 여부와 상관 없이 일률적으로 가입자에게 해지 위약금을 내도록 하는 약관을 운영하다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약관법 위반이란 지적을 받고 자진 시정해 ‘회사 귀책 사유로 해지하는 경우 위약금을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지만, 내부 검토나 이사회 의결 등을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중구 SK텔레콤 T타워에서 열린 사이버 침해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질문에 답변하던 중 잠시 목을 축이고 있다. 뉴스1

이런 상황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8일 열리는 국회 과방위 SKT 유심 해킹 사건 청문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청문회 당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를 대비한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와의 대미 통상 관련 행사가 예정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과방위는 SKT 청문회에 최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위약금 면제를 촉구하기로 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사유서를 통해 “SKT 전산망 해킹 사고로 인해 국회와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 저와 SKT 전 임직원은 이번 사안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추가 피해 방지와 사고 수습을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대응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해킹 사건을 조사 중인 민관합동조사단은 앞서 새로 공개한 악성 코드 8종의 유입 시점과 경로, 발견 위치 등을 확인 중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지난 3일 ‘최근 해킹 공격에 악용된 악성 코드 위협정보 2차 공유 및 주의 안내’를 통해 “최근 통신사 침해 사고 대응 중 리눅스 시스템을 대상으로 한 공격 사례가 확인됐다”며 악성 코드 8종을 추가 공개한 바 있다.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설치된 SKT 부스를 찾은 여행객들이 출국에 앞서 유심을 교체하기 위해 줄을 서있는 모습. 뉴스1

류정환 SKT 인프라 전략기술센터 담당(부사장)은 “이번 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보완할 사항이 나오면 그걸 기반으로 안전한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며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관련 문제로 부작용을 검토하다 늦어진 백신 작업도 7월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