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보는 것보다 지켜주는 게 좋아요"…어린이날 동물권 교육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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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3시쯤, 인천 영종도 오성 2터널 인근 도로에서 조은(8)양이 방음벽에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조 양은 "동물이 좋은 데 이유는 없다"며 해맑게 웃었다. 전율 기자

사람과 같은 생물인 동물도 존중해야 해요!

6일 오후 2시쯤 인천 중구 덕교동 오성2터널 인근에서 도로 방음벽에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를 붙이던 권예찬(10)군이 외쳤다. 권군은 “새들이 도로 방음벽을 못 보고 부딪혀서 다치지 않도록 지켜줘야한다”며 사다리 위에 올라 1㎝ 모양의 네모난 스티커를 붙였다. 아버지 권용현(42)씨는 “동물원에 갇혀 있는 동물보다 실제 생태계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을 보여주고 이들을 보호할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최근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어린이날에 동물원을 방문하는 대신 생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가족이 늘고 있다. 이날 인천녹색연합과 생태교육센터 이랑이 연 ‘새 살림 캠페인’에는 권군 가족을 포함해 60여 명이 참여했다.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대부분 가족 단위로 캠페인장을 찾았다. 모자와 바람막이, 패딩 등을 착용한 아이들은 보호자와 함께 2시간 가량 활동을 이어갔다.

인천녹색연합에서 10년째 활동하고 있는 최위환(46)씨는 “2~3년 전부터 아이들과 함께할 생태 프로그램에 대한 문의가 많이 늘었다”며 “많은 가족이 생태 교육과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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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인천 영종도 오성 2터널 인근 도로, 인천녹색연합에서 진행하는 '새 살림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들이 사다리 위에 올라 방음벽에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전율 기자

이날 참여자들은 5개 조로 나뉘어 활동가들이 들려주는 조류 생태계 관련 교육을 들었다. 활동가가 “새가 하루에 2만 마리나 방음벽에 부딪혀서 죽는다. 이유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묻자 아이들은 손을 들고 “새들 눈에 방음벽이 보이지 않는 게 문제”라고 외쳤다. 이후 가족 단위로 10개 조가 나뉘어 각 8칸씩 방음벽 76칸에 스티커를 붙이기 시작했다. 아이들도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 사다리에 올라 작은 손으로 활동에 참여했다.

지난해부터 딸 조은(8)양과 함께 새 충돌 방지 활동을 하고 있는 김선미(42)씨는 “아이가 자연과 동물을 좋아해서 평일에도 유기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며 “일회성 활동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집에서 관련 책도 보고 함께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예찬군과 함께 스티커를 붙이던 권씨도 “새들이 벽에 부딪혀 죽는다는 걸 실제로 와서 보지 않으면 잘 모를 수 있다”며 “이외에도 산속에 도롱뇽과 개구리 알을 보러 가거나 저어새를 관찰하러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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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8일, 천연기념물 제228호 흑두루미가 28일 오후 전남 순천시 순천만 습지에서 날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부터 이어진 연휴에도 자연 관련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었다. 동물 생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순천만국가정원에는 1~4일동안 20만명 넘는 관광객이 방문했다. 국립생태원은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생태로운 어린이날’ 행사를 개최하고 기후변화와 꿀벌의 관계 등 체험형 생태 교육을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생물을 전시가 아닌 공존의 대상으로 보려는 의식에 따른 변화라고 해석했다. 법률사무소 물결 김소리 변호사는 “생물을 대상화하려는 것에 늘 경계해야 한다”며 “동물을 보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공간에 가거나 동물과 인간을 구분 지어 바라보기보다 존재 자체를 받아들이려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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