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아동수당 ‘18세 미만까지 확대’ 공감대…“속도조절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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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공약 검증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18세 미만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부모의 양육 부담을 줄이겠습니다.”

지난 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한 발언이다. 이 후보는 지난해 총선 때는 “아동수당을 확대해 자녀 1인당 20만원을 지급하고, 18세까지 월 10만원씩 펀드 계좌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1년 새 표현은 달라졌다. ‘단계적’이란 단어를 넣었고, 구체적인 인상액은 제외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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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현재 아동수당은 만 8세 미만의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지급한다. 지급 대상을 넓히고, 수당을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아동수당법 개정안은 현재 총 11건 발의돼 있다. 이 중 10건을 민주당 소속 의원이 발의했다. 연령 상향 조정(만 18세 미만)엔 큰 이견이 없다. 증액 규모는 20만원부터 50만원까지 다양한데, 물가와 연동해 수당을 올리거나 자녀 수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안도 담겨 있다.

아동수당은 최소한의 아동 기본권을 보장하고, 육아 가구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미국·터키 정도를 제외하고 제도를 운영한다. 지급 연령은 15~18세까지가 일반적이고, 수당도 대체로 한국보다 많다. 캐나다처럼 월 60만원(최대액 기준)을 주는 곳도 있다. 대부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수당을 조정하거나 자녀 수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데 보통 자녀가 많을수록, 아동의 나이가 많을수록 더 많이 지급하는 구조다. 한국은 정액으로 지급하고, 액수도 2018년 월 10만원으로 정한 이후 그대로다. 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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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특히 한국의 문제는 지출이 많은 초등학생 이후에 오히려 아동수당이 끊긴다는 점이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은 부모급여와 아동수당, 영유아 입원비 본인부담금 면제 등 취학 전 아동에 대한 복지는 비교적 잘 갖췄지만, 청소년기에 대한 보장이 부실한 게 사실”이라며 “금액까지 한 번에 만지기 어렵다면 일단 대상이라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속도다. OECD 회원국 대부분은 1950년 이전에 아동수당 제도를 도입했다. 늦은 편인 일본도 1970년대 아동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장기간 제도를 운영하면서 지급 대상과 금액을 차츰차츰 보완해 왔다는 뜻이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늦은 2018년 제도를 시행했다. 단번에 OECD 회원국 수준으로 눈높이를 맞추려면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급 범위를 만 18세 미만으로 확대한다는 전제하에 수당을 월 20만원으로 인상할 경우 2029년까지 5년간 71조7000억원이 필요하다. 지금(11조6000억원)보다 약 60조원, 연평균 12조원 가량이 더 드는 셈이다. 현재 나온 개정안 중 인상 폭이 가장 큰 50만원으로 계산하면 향후 5년간 매년 30조원 이상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

안종범 정책평가연구원장은 “아동수당 확대에 공감대가 있지만, 현금성 복지는 금액이나 대상을 한번 늘리면 되돌리는 게 어렵기 때문에 속도 조절이 중요하다”며 “제도를 도입한 지 7년 정도 지난 만큼 효과나 부작용을 한국의 현실에서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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