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쌀은 성역”vs”성역화 안 돼”…日서 쌀수입 놓고 갈등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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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와의 쌀소동'으로 불리는 일본의 쌀부족 상황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일본 마트 쌀 진열대가 텅 비어있다. 김현예 기자

미·일 관세 협상에서 일본의 협상 카드를 놓고 '쌀이냐, 자동차냐'라는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양국 간 관세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쌀 수입 확대 문제에 대해 집권 자민당 내부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유사시 자국 내 생산 기반을 지킨다는 식량안보를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실제로는 올여름에 있을 참의원 선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민당의 농촌 지역 지지 기반이 강한 편이어서다.

실제로 자민당 식량안보강화본부장을 겸직하는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간사장은 지난달 25일 "자동차 관세 인하를 이유로 농림수산물을 희생시키는 협상 방침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본부의 결의를 에토 다쿠(江藤拓) 농림수산상에게 전달했다. 미국과 관세 협상 카드로 미국산 쌀 수입 확대안이 부상하고 있을 즈음이었다.

일본은 매년 77만t까진 수입 쌀을 무관세로 들여오는 '미니멈 액세스(MA)'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할당량을 초과할 경우에는 1kg당 341엔(약 3400원)의 관세를 부과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부과하겠다고 나선 자동차 품목 관세나 상호관세를 낮추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 할당량을 늘리거나 관세를 낮추는 방안 등이 그동안 거론됐다.

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내 농림수산 관련 의원들 사이에선 위기감이 고조된 상태라고 한다. 한 의원은 "쌀 문제에 손을 대면 자민당 정권이 무너질 것"이라고 닛케이에 말했다. 참의원 선거에선 1인 선거구가 승패를 좌우하게 되는데, 이런 작은 선거구는 쌀 농가의 표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농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 사이에선 "미국산 옥수수나 대두 수입 확대까지는 용인할 수 있지만, 주식인 쌀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일본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식량안보 강화 노선을 걸었다. 지난해엔 '식량·농업·농촌 기본법'을 개정해 기본이념에 식량안보를 추가했고, 같은 해 자민당 총재 직속 기구로 '식량안보본부'도 설치했다. 이는 예산 확보 차원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농지의 대규모화와 디지털 기술 도입 등 농업 구조 전환을 위한 5개년 계획에 별도 예산으로 수조 엔을 책정하는 방안도 내놨다.

자민당이 정권 유지와 예산 확보라는 차원에서 쌀 지키기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일본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쌀 수입 확대를 카드로 활용할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것이 일본 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한 전직 관료는 닛케이에 "일본으로선 (대미 최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를 최우선으로 지키는 게 당연하다"며 "농업을 성역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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