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李재판 연기에도…민주, 방탄 입법에 조희대 청문회·고발도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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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신정훈 위원장이 공직선거법 개정안 단독 처리에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는 국민의힘 의원들 앞을 지나 행안위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열어 이재명 대선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무력화하기 위한 법안들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날 서울고등법원이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라는 이유를 들어 이 후보의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 연기 요청을 받아들였지만 민주당은 기존에 추진하던 ‘방탄 입법’을 그대로 강행한 것이다.
이날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후보자가 ‘행위’에 대한 허위사실을 공표하더라도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후보는 지난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후보자 ‘행위’에 대해 허위 사실을 처벌한다는 조항이 전세계 대한민국이 유일하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고 이후 항소심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바로 그 조항(공직선거법 250조 1항)에서 ‘행위’라는 단어를 삭제하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되면 대법원이 유죄라고 본 이 후보의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골프를 친 적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과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라는 혐의에 대해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면소(免訴) 판결을 내려야 한다. 면소는 검찰 기소의 근거가 되는 법률이 사라졌을 때 내리는 판결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회의장 입장 전부터 복도에서 ‘이재명 면죄 입법 즉각 중지’, ‘피의자 이재명 방탄 입법 중단하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골목골목 경청투어:국토종주편'에 나선 7일 전북 전주시 풍남문 앞 광장에서 지지자가 든 공판 연기 환영 팻말을 지나고 있다. 이날 서울고등법원은 오는 15일 예정됐던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오는 6월 18일로 연기했다. 연합뉴스
6선의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속기록에 남기기도 부끄럽다. 삼권분립 법치주의는 판단 권한을 사법부에 주고 그 판단을 다 따르자는 것”이라며 “국회 의석 수가 많다고 그 판단이 잘됐니 잘못됐니 하는 자체가 법 취지 훼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신정훈 행안위원장은 의결을 강행했다.
신 위원장은 회의 전 기자들에게 “(이 후보 재판) 상황이 아직 정리가 완전히 안 돼 있다. 그래서 사전에 준비한 대로 한다”며 “선거법의 이 부분이 개정돼야 한다는 여론이 오랫동안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행안위원들도 이날 “서울고법은 재판을 연기했지만 여전히 22일간의 선거운동 기간 중 총 4일의 재판 일정이 잡혀있다”며“이는 선거운동을 원천 봉쇄하려는 노골적인 사법 개입”이라고 기자회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날 법사위에서 이 후보가 피고인인 5개 재판 모두에 적용되는 또 한 건의 방탄 입법을 감행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달아 열어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재임 기간 동안 정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개정안은 ‘피고인이 선거 후보자로 등록한 때부터 개표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하는 규정이 포함됐다.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는 공판 정지 대상에서 제외한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 복도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임현동 기자/20250507
민주당은 이날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 실시계획서’도 채택을 의결했다. 사법부 청문회도 예고대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이재명 재판 중단법”(유상범 의원)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민주당의 독주를 막지 못했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이 “원하지 않는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이걸 범죄의 시선으로 보고, 청문회를 한다는 것이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위원들은 의결 전 집단 퇴장해 권성동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함께 회의장 밖에서 농성했다. 그러는 사이 서울중앙지법도 이 후보의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공판 기일 연기를 결정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 후보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판단한 조 대법원장 등 대법관 10명을 직권남용 및 부정선거운동,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고발했다. 법사위에서 민주당은 ▶순직해병 특검법 ▶내란특검법 ▶김건희-명태균 특검법 등도 일사천리로 단독 의결했다.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3개 특검을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상임위를 통과한 공직선거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 시점과 관련해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5월 중 본회의를 한 번 열어서 처리할지, 대선 후에 처리할지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당초 5월 중 본회의 처리가 유력했지만, 법원이 이 후보의 재판 기일을 연기해 시급성이 사라진 데다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이 막판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어 선대위 내부에선 “대선 전 본회의 통과는 실익이 없다”(민주당 3선 의원)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청래 법사위 위원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위원들만 참석한 채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20250507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두 개정안에 대해 “형식적으로만 법치주의 틀을 유지하고 있을 뿐, 실질적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것은 물론 사실상 인치(人治) 주의로 만드는 입법”이라고 평가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나머지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인설법(爲人設法)이다. 그 자체로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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