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70세 거장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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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일 GS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윌리엄 켄트리지의 대표작 ‘시빌’의 한 장면. 오는 30일엔 그의 또 다른 작품 ‘쇼스타코비치 10’이 공연된다. [사진 GS아트센터]
남아공 출신의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70)는 전세계 동시대 예술가 중 가장 독보적인 전방위 예술가로 꼽힌다. 최근 런던 로열페스티벌 홀에선 영상과 오케스트라 연주가 함께 하는 그의 공연이 열렸고, 지난 1일 뉴욕 하우저앤워스 갤러리에선 3개월 동안 지속될 그의 전시가 개막했다. 그리고 서울 역삼동 GS아트센터에서는 9~10일(총 3회)과 오는 30일 그의 또 다른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남아프리카 인권 변호사의 아들로 자란 그는 문학과 연극, 드로잉과 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 양식으로 선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한국 방문은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 2016년 오페라 ‘율리시즈의 귀환’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공연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켄트리지
이번에 선보이는 두 공연은 서울 역삼동 GS타워 공연장을 리모델링해 최근 개관한 ‘GS아트센터’가 ‘경계 없는 예술-경계 없는 관객’을 모토로 선보이는 기획 시리즈 ‘예술가들’의 일환이다. 9~10일에는 라이브 음악과 연극, 무용, 문학, 드로잉 애니메이션, 영상, 움직이는 조각까지 켄트리지의 ‘시그니처’ 스타일이 집약된 무대로 평가받는 대표작 ‘시빌(Sibyl)’이, 30일엔 클래식 연주와 영상이 함께 하는 ‘쇼스타코비치 10: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었더라면’ 공연이 열린다.
‘시빌’의 1부 ‘그 순간은 흩어져 버렸다’에선 아프리카 광산 산업의 불합리한 현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켄트리지가 목탄 드로잉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장면을 교차해 보여준다. 2부 ‘시빌을 기다리며’는 체임버 오페라(소규모 오페라) 형식으로, 고대 그리스의 예언자 ‘시빌’의 이야기를 전한다. 나뭇잎에 사람들의 운명을 적어 동굴 앞에 놓아두지만, 바람이 불어 잎들이 뒤섞이는 바람에 사람들이 자신의 운명을 알 수 없게 된다는 내용으로 현대인의 혼돈과 불안을 은유적으로 전한다.
‘시빌을 기다리며’는 2019년 로마 오페라 극장 초연 후, 런던 바비칸 센터,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등 세계 주요 공연장에서 공연됐고, 2023년 영국 공연예술 최고 권위의 올리비에상(오페라 부분 최고상)을 수상했다.
오는 30일 공연되는 ‘쇼스타코비치 10: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었더라면’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0번 연주와 영상을 결합한 작품이다. 종이 가면과 종이 옷을 입은 연기자들이 등장하는 영상, 최근 클래식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흑인 지휘자 로더릭 콕스 지휘로 서울시향 연주가 함께한다. 8일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켄트리지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은 1953년 스탈린이 사망한 해 초연됐다”며 “이 극은 소비에트 스탈린과 스탈린 시대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켄트리지는 대학에서 정치와 아프리카학을 공부한 후 미술을 배웠으며, 연극 연출과 마임 연기, 영화감독 수업도 받았다. 80년대 후반 목탄 드로잉 애니메이션 시리즈 ‘프로젝션을 위한 9 드로잉’을 선보이며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했다. 켄트리지는 “작품을 만들 땐 명확한 주제나 아이디어보다는 질문에서 출발한다”며 “내게 창작은 역사와 사회, 그리고 예술을 탐구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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