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천재 고교생 스케이터 “이제 출발선 지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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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샛별로 주목 받는 고교생 임종언은 내년 동계올림픽 금메달 기대주다.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쇼트트랙 출발 동작을 재현해 보이는 임종언. 장진영 기자
임종언(18)은 한국 빙상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고교생 스케이터다. 지난달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남자부 종합 1위에 올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남자 1500m 레이스에서 경기 후반 아웃 코스로 빠져나간 뒤 박지원(29)·황대헌(26)·이정수(36) 등 쟁쟁한 선배들을 한꺼번에 추월한 장면은 압권이었다. 고교생 선수가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개인전에 출전하는 건 2018년 평창대회 황대헌 이후 8년만이다. 임종언이 빙상 세대교체의 기수로 주목 받는 이유다.
7일 중앙일보와 만난 임종언은 “처음엔 내가 올림픽에 나간다는 게 꿈만 같았다. 그런데 선발전 후 처음 등교한 뒤 실감을 했다”면서 “갑자기 친구들이 사진을 찍자고 하고, 사인도 받아갔다. 선생님들도 축하해주셨다”며 활짝 웃었다. 그가 속한 노원고 빙상부는 이전까지 쇼트트랙 국가대표를 배출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 재학생 임종언과 졸업생 이정민(23)이 함께 태극마크를 달아 학교가 온통 축제 분위기다.
임종언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스케이트를 신었다. 취미로 인라인을 타다 “스케이트에 소질이 있다”는 주변의 권유로 쇼트트랙에 입문했다. 3학년 때 선수가 되기로 마음먹었지만, 그때까지도 ‘일단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만둔다’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그런데 5학년 때 TV로 평창 동계올림픽을 보다 눈이 번쩍 뜨였다. ‘나도 저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이 가슴 가득 차올랐다.
하늘은 세 차례나 임종언을 시험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훈련 도중 넘어져 스케이트 날에 오른쪽 허벅지 안쪽을 찍혔다. 아직도 커다란 흉터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경기 도중 넘어져 오른쪽 정강이 뼈가 부러졌다. 다시 걷는 데만 6개월이 걸렸고, 재활까진 1년이 필요했다. 그는 “처음으로 쇼트트랙을 그만둘까 고민했다”면서 “나보다 더 속상해 하시는 부모님께 ‘계속하겠다’고 말씀드리고 마음을 다잡았다.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 믿으며 버텼다”고 털어놨다.
우여곡절 끝에 완치 판정을 받고 훈련을 재개했지만, 또 한 번 크게 넘어졌다. 이번엔 왼쪽 발목 뼈가 부러졌고, 다시 6개월을 더 쉬었다. 그는 “그래도 쇼트트랙을 그만둘 순 없었다. 여전히 스케이트 타는 게 즐거웠다”면서 “지난번에도 해냈으니 이번에도 할 수 있다는 생각 하나로 이겨냈다”고 당시 기억을 되짚었다.
거의 2년을 재활로 흘려보낸 사이, 또래 선수들은 한참 앞으로 치고 나갔다. 임종언은 절치부심했다. “한참 뒤처졌으니, 남들만큼 운동해선 안 될 것 같았다. 일주일 중 토요일만 빼고 매일 오전 3시간, 오후 5시간을 훈련에 매달렸다”고 털어놨다.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하는 날들이 차곡차곡 쌓여 ‘올림픽 출전권’이라는 결실로 돌아왔다. 그는 “묵묵히, 열심히 해온 보답을 한꺼번에 받은 느낌”이라고 했다.
임종언에게 밀라노올림픽은 결승선이 아니라 또 하나의 출발선이다. “올림픽 금메달은 중요한 도전 과제지만, 최종 목표는 아니라는 의미”라 언급한 그는 “앞으로 올림픽을 3번 이상 나가서 ‘쇼트트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그래도 밀라노에서 첫 금메달을 목에 걸면 꼭 인사하고픈 은인이 한 명 있다. 처음 금메달 꿈을 품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희로애락을 함께한 송승우 코치다. ‘국가대표 임종언’을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했을 송 코치는 지난 2023년 8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임종언은 “부상 등으로 힘들 때 선생님 조언 덕분에 버텨내곤 했다”며 “선생님이 하늘에서라도 기뻐하실 수 있게,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쇼트트랙 세대교체 기수 임종언
출신교: 서울 잠실초 - 광운중 - 노원고(3학년 재학 중)
체격: 키 1m75㎝·체중 63㎏
주니어 경력: 2024 주니어 세계선수권 2관왕(1500m·3000m 계주), 2025 주니어 세계선수권 4관왕(1000m·1500m·3000m 계주·혼성 2000m 계주)
국가대표 경력: 2025-26 시즌 선발전 남자부 종합 1위(시니어 선발전 첫 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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