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사상 첫 미국 교황에 페루 난리났다…알고보니 '특별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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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출신이지만 페루 국적도 가진 레오 14세 신임 교황(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의 탄생에 페루 전역은 축제 분위기로 가득 찼다. 레오 14세 교황은 페루에서 20년 넘게 사목하면서 귀화하는 등 오랜 인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새 교황이 과거 교구장으로 사목했던 페루의 치클라요 교구는 이날 새 교황 선출 소식이 전해진 뒤 즉각 성명을 내고 "레오 14세 교황 선출을 환영하며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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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8일 교황 레오 14세로 선출된 프레보스트 주교가 수년간 사목했던 페루 치클라요 대성당 앞에서 그의 사진을 들고 기뻐하는 페루인들. AP=연합뉴스

페루 일간 엘코메르시오 등 현지 매체는 레오 14세 교황 선출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루며, 교황이 과거 페루에서 주로 활동하며 페루 국적까지 취득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교황 레오 14세는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에서 교황으로서 첫 인사를 하며 이탈리아어에 이어 스페인어로 "허락하신다면, 사랑하는 치클라요 교구에 특별히 인사를 전한다"고 애정을 표했다.

교황은 "그곳에서 신실한 이들이 주교를 따르며 믿음을 나누고, 예수 그리스도의 신실한 교회로 남기 위해 많은 것을 바쳤다"고 말했다.

현재 치클라요 교구를 맡은 에딘손 파르판 주교는 새 교황을 "이 땅을 지나온 형제"라고 불렀다. AFP통신은 '온화한 말투의 미국인이 페루의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수십년을 보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새 교황을 맞이한 페루 현지의 들뜬 분위기를 전했다.

파르판 주교는 AFP에 "학업을 마치고 그가 페루에 도착한 순간부터 그는 페루와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 교황은 페루에서의 사명에 평생을 바쳤다"며 "레오 14세는 특히 빈곤 문제에 민감했다"고 했다.

1955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레오 14세는 사제 서품을 받은 뒤 주로 페루에서 사목 활동을 했다.

2014년 주교에 서품된 이후 2015∼2023년엔 치클라요 교구장을 지냈다. 현지 매체는 페루 당국을 인용해 "(교황이) 치클라요에서 페루 국적을 취득했으며, 유효한 시민권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페루에서 교구장으로 사목하는 데 필요한 요건으로, 교황청과 페루 간 협약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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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카야오에서 루이스 알베르토 바레라 교구장이 5월 8일 페루 카야오 교구에서 프란치스코 전 교황과 신임 프레보스트 교황이 함께 있는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새 교황은 페루에서 20년 이상 헌신했고 페루 국적도 취득했다. AFP=연합뉴스

2020년부터는 페루의 카야오 지역도 맡았는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치클라요에서 약 700㎞ 떨어진 이곳을 직접 운전해 오가며 수시로 신자들을 살폈다고 치클라요 교구는 전했다.

엘코메르시오는 "새 교황은 많은 페루 국민에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교황의 고국 방문'이 이른 시일 안에 이뤄지길 바라는 페루 국민의 희망을 전했다.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은 이날 환영사를 통해 "저와 우리 정부는 가톨릭교회 새 교황에게 존경을 담아 인사를 전한다"며 "교황께서는 가장 어려운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오셨고, 페루 국민과 함께 겸손, 사랑, 신앙심을 바탕으로 삶을 나눴다"고 했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또 "새 교황은 선택과 신념에 따라 20년 넘게 페루에서 헌신한 페루인"으로 묘사했다. 그러면서 "새 교황은 우리와 함께 살면서 페루의 신앙과 문화를 가슴에 품고 살기로 선택했다"며 "교황은 페루 사람이고, 신은 페루를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페루 통계청에 따르면 인구 3000만명의 페루에서 12세 이상 국민 중 76%(2017년 기준)가 가톨릭 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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