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中, LFP 다음은 소금 배터리?…K배터리는 삼원계 반등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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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CATL이 상하이모터쇼 개막을 앞두고 상하이에서 개최한 '테크 데이' 행사에서 가오황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최근 중국 CATL이 ‘소금 배터리’를 공개해 국내 배터리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집중하던 국내 3사는 중국의 저가 LFP(리튬인산철) 제품과 경쟁하기 위해 빠르면 올해 말부터 LFP를 양산할 계획인데, 소금 배터리가 시장 판도를 흔들까 촉각을 곤두세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CATL이 지난달 열린 ‘테크데이’에서 선보인 소듐(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고가의 리튬을 나트륨으로 대체해 가격 경쟁력을 더 높인 제품이다. 나트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1㎏당 175와트시(Wh)로, 기존 LFP 배터리(165~180Wh)와 비슷한 수준이다. CATL은 나트륨 배터리가 안전성이 높아 화재 위험이 적으며, LFP와 달리 저온에서도 성능 저하가 심하지 않다고 밝혔다.

CATL이 연말부터 전기차용 나트륨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인 가운데, 대량생산에서도 성능이 유지될지 관심이 쏠린다. 중국이 주도하는 LFP를 뒤쫓아가는 입장인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는 나트륨 배터리의 등장에 당황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의 연구개발(R&D)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서다.

다만, 나트륨 배터리는 ‘가성비’의 대명사인 만큼 기존 LFP 시장만 일부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나트륨 배터리는 저가형 제품이라 ‘카니발리제이션’(자기 잠식)이 일어난다면 NCM이 아닌 LFP 시장을 깎아 먹을 것”이라며 “주행거리 등 성능을 중시하는 미국 시장의 경우 나트륨 배터리로 공략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의 경우 미 정부의 대중 견제 정책으로 중국 배터리가 진입하기 힘든 데다가, 넓은 국토 면적으로 인해 ‘성능’을 더 중시하는 게 특징이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픽업트럭을 선호하는 미국에선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길고 출력이 높은 NCM 배터리를 선호한다. 하이니켈 NCM의 에너지 밀도는 1㎏당 300Wh에 달하고, 에너지 밀도는 전기차의 주행거리와 직결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삼원계(NCM·NCA) 배터리 점유율은 전년 대비 2.2% 포인트 증가한 93.3%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LFP 배터리는 점유율이 7.8%에서 5.3%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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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오른쪽)과 크리스 바먼 슬레이트 최고경영책임자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열린 슬레이트 신차 공개 행사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SK온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 시장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SK온은 최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투자한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슬레이트’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공급 물량은 6년간 20기가와트시(GWh)로, 약 4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크리스 바먼 슬레이트 CEO는 보급형 전기차를 내세우면서 저렴한 LFP 대신 NCM 배터리를 선택한 이유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에너지 밀도를 꼽았다. 그는 “LFP의 주요 소재는 대부분 중국에서 공급돼 (IRA) 요건 충족이 어렵다”며 “현재 미국 내에서 안정적으로 조달 가능한 주류 소재는 NCM”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는 삼원계 중에서 가성비가 뛰어난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며 완성차 업체들에 납품을 타진하고 있다.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는 니켈 함량을 기존 대비 50~70%로 줄여 가격을 낮추고, 대신 전압을 끌어올려 에너지 밀도를 최대한 유지한 제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LMC오토모티브는 NCM 배터리의 글로벌 점유율이 지난해 46.7%를 저점으로 반등해 오는 2030년 60.9%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CATL은 LFP부터 나트륨 배터리까지 다양성을 확보하며 한국 배터리 업계에 숙제를 던졌다”라며 “한국 업체들도 하이니켈 삼원계 부문에서의 제조 경쟁력 우위를 바탕으로 기술을 더 고도화해 경쟁력을 갖춰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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