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할머니의 나라로 돌아오는 ‘한국계 3세’ 흥국생명 라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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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유니폼을 입는 레베카 라셈. KOVO

4년 전 퇴출의 아픔을 지닌 ‘한국계 3세’ 레베카 라셈(28·미국)이 V리그로 돌아온다. 이번에는 IBK기업은행이 아닌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서다.

라셈은 지난 9일(한국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한국배구연맹(KOVO)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흥국생명의 선택을 받았다. 이로써 2021년 잠시 IBK기업은행에서 뛰었다가 퇴출됐던 상처를 씻어낼 기회를 잡았다.

할머니가 미국 이민자 1세대인 라셈은 1m91㎝의 장신 아포짓 스파이커다. 높은 타점과 빠른 공격 전환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를 앞세워 2021년 IBK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었지만, 자기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채 일찌감치 퇴출됐다.

눈물을 흘리며 할머니의 나라를 떠난 라셈은 이후에도 V리그 복귀를 끈질기게 타진했다. 이듬해 트라이아웃을 통해 다시 문을 두드렸다. 결과는 낙방. 그래도 배구의 끈은 쉽게 놓지 않았다. 지난 시즌 푸에르토리코 리그에서 최우수선수로 뽑힐 정도로 기량이 성장했고, 다시 도전한 이번 트라이아웃에서 마지막 7순위 지명권을 쥔 흥국생명의 부름을 받았다.

라셈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지명 순간 눈물을 꾹 참았다. 다른 선수들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마지막 순번에서 호명돼 정말 기뻤다. 당장이라도 한국으로 가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어 “과거는 과거다. V리그를 떠난 뒤 더 발전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새 시즌에는 새로운 버전의 나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흥국생명은 ‘배구 여제’ 김연경(37)의 은퇴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일단 아시아쿼터 선수인 아날레스 피치()와 재계약하고, 미들 블로커 이다현(24)과 장신 공격수 라셈을 영입하면서 어느 정도 전력을 유지했다는 평가다. 올 시즌 새 지휘봉을 잡은 요시하라 도모코(55·일본) 감독은 “라셈은 앞으로도 성장이 가능한 선수라는 점을 높게 샀다. 팀플레이와 블로킹에서도 크게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고 선발 이유를 밝혔다.

라셈은 “김연경이라는 선수는 늘 존경해왔다. 트라이아웃 현장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김연경과 함께 뛰지는 못하지만 김연경의 레거시가 남아있는 흥국생명에서 뛰게 돼 기쁘다. 남은 기간 부족한 점을 채워오겠다”고 했다.

한편 이번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뽑은 IBK기업은행이 공격수 빅토리아 댄착(25·우크라이나)과 재계약하면서 사실상 1순위 카드를 쥐게 된 페퍼저축은행은 아포짓 스파이커 조 웨더링턴(24·미국)을 선발했다. 3순위 현대건설은 아웃사이드 히터 캐리 가이스버거(24·미국)를 뽑았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시즌 현대건설에서 뛴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32·카메룬)를 영입했고, 정관장은 아포짓 히터 엘리사 자네트(29·이탈리아)를 데려왔다. 6순위 GS칼텍스는 공격수 지젤 실바(31·쿠바)와 재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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