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입양한 딸이 '느린 아이'…"내겐 큰 선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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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제20회 입양의날 행사에서 국무총리표창을 받은 이보람(40)씨 부부가 지난해 겨울 베트남 다낭에서 찍은 가족사진. 왼쪽부터 둘째 아들 이하루(13)군과 이씨, 하린(10)양, 이씨 아내 김보람(40)씨, 첫째아들 이하리(15)군. 독자 제공
경기 남양주 소재 중학교에서 특수교사로 일하고 있는 이보람(40)씨는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주관 ‘제20회 입양의 날’ 행사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경계선 지능(느린 학습자)을 가진 하린(10)양의 입양 부모로서 한국입양홍보회 홍보대사 활동, 유튜브 채널 운영 등을 통해 입양 문화 인식 개선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으면서다.
행사장에서 만난 이씨는 하린양을 처음 만나던 순간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했다. 하린양의 애칭은 ‘사랑스러운’이라는 의미의 영단어 ‘lovely’와 이름이 합쳐진 ‘러블린’이다. 이씨는“입양기관에서 러블린과 눈이 마주쳤는데 누가 봐도 저희 딸이었다. ‘이 아이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하린양 위의 두 형제를 낳아 기르던 이씨였지만, 아내의 간절함 바람으로 입양을 결심했다. “부부 모두 어린 시절 힘든 상황에 부닥쳤던 경험이 있었기에 입양을 통해서 누군가에게 따뜻한 가정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는 게 결정적 이유였다.
하린양이 이씨의 가족이 된 2016년으로부터 5년이 흐른 뒤, 하린양은 병원에서 경계선 지능 판정을 받았다. 경계선 지능은 장애 수준은 아니지만 언어 발달 등이 평균보단 느린 수준의 상태다. 처음 소식을 들은 이씨의 마음은 그대로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이씨는 “특수교사로 현장에서 일하면서 장애 학생이 경험하는 차별과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며 “경계선 지능 학생의 경우 복지와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큰 충격을 받았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주관 제20회 입양의날 행사에서 국무총리표창을 받은 이보람(40)씨. 중학교에서 특수교사로 일하는 이씨는 경계선지능인 입양아 하린(10)양을 기르며 경계선지능인과 입양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보건복지부 제공
그러나 이씨는 하린양과 가족을 생각하며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하린양 덕분에 지금은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경계선 지능 자녀를 입양한 가정이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는 ‘고슴도치사랑’ 모임을 만들었다. 특수교사로서의 전문성을 살려 모임의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경계를 걷다’를 운영하며 유튜버로서의 삶도 새로 시작했다. 유튜브에선 하린양과 가족의 일상을 담은 영상을 게시해 느린 학습자와 입양에 대한 편견을 깨나가고 있다. 영상 촬영 및 편집은 이씨 부부가 직접 하고 있다.

이보람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경계를 걷다'에는 경계선 지능을 가진 하린양의 평소 일상과 함께 이씨 부부가 하린양을 키우며 경험한 것을 나누는 코너, 전문가와 상담하는 코너 등 경계선지능 아동과 관련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씨는 올해 초부터 강남대학교 대학원에서 특수교육 박사 과정도 밟고 있다. 하린양과 같은 느린 학습자의 사회적 지원을 위한 연구를 하기 위해서다. 이씨는 “입양을 통해 러블린을 만난 자체도 내게 선물이지만, 그 이후에 온 삶에서 더 큰 선물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이씨는 하린양이 직접 커피를 탈 수 있게끔 작동이 비교적 간편한 커피 머신을 사거나 스스로 요리를 할 수 있게끔 도와주고 있다. 하린양 스스로 소소한 성취감을 느끼게 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이씨는 “느린 학습자는 느릴 뿐이지, 뭐든 할 수 있다”며 “그 잠재력에 제한을 둬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하린양이 학교에서 다른 장애를 앓고 있는 동급생을 도와주거나 선생님에게 “힘드시죠”라고 말하며 과자를 건넬 때 이씨는 보람을 느낀다. 이씨는“부모로서 아이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믿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딸이 ‘아빠, 천천히 가도 돼. 우린 함께야’라고 말했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씨는 “이번 수상은 개인적인 영광이 아닌, 느린 아이를 키우는 입양 가정에 대한 응원이자 아이들에 대한 격려”라며 “입양 가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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