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인 최대 300만원→0원…포항지진 판결 2심서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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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참가자가 역대 최대인 50만 명에 육박하고 배상금 규모도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심을 모았던 포항 지진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법원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1인당 200만~300만원씩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 ‘0원’으로 완전히 뒤집혔다.

대구고법 민사1부(정용달 부장판사)는 12일 지진 피해 포항시민 49만9881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포항 지진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이 물을 주입한 데 따른 촉발지진인지 여부, 지진이 물 주입 때문에 발생했더라도 이것이 관련 기관의 고의 또는 과실에서 비롯한 것인지가 이번 소송의 쟁점”이라며 “재판부 검토 결과 촉발 지진이라는 점은 인정되나 과실을 입증할 만한 내용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1심 재판부인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앞서 2023년 11월 포항시민 111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1인당 200만~300만원 정부 배상 판결을 내렸다. 2017년 11월 규모 5.4 지진과 2018년 2월 규모 4.6 지진 등 총 2번의 큰 지진 발생 당시 포항에 거주했으면 300만원, 한 차례만 포항에 있었으면 200만원의 배상을 인정했다.

1심 판결이 나오자 포항에서는 시민 대부분이 항소심에 참여했다. 항소심 참가자는 49만9881명으로 지진 당시 포항 인구의 96%에 달한다. 항소심 판결이 1심과 같이 나올 경우 배상금은 최대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항소심 판결 직후 소송을 주도한 시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범대본)와 포항11·15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대구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지금까지 시종일관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데 오늘 급기야 법원이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언했다”고 비난했다. 시민단체들은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이다. 이강덕 포항시장도 “오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상식과 법 감정에서 크게 벗어난 결정”이라고 말했다.

판결이 180도 뒤집히면서 들썩이던 포항 지역사회에도 찬물을 끼얹은 분위기다. “300만원을 받으면 가전제품을 마련해야겠다”는 바람부터 “거액이 풀리면 지역 경기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까지 시민들의 희망도 김이 새버린 모양새다. 시민 김성규(54·대도동)씨는 “300만원까지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배상이 이뤄졌다면 요즘처럼 힘든 경기에 도움이 됐을 것 같은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면에 1심 판결이 애초에 잘못됐던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한 포항 시민은 “지열발전소 건설로 지진이 촉발됐다고 하지만 누구도 그걸 예상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정부가 1인당 수백만원씩 배상까지 해야 한다는 주장은 과하다”고 했다.

한편 항소심 재판부가 지열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지하 암반에 물을 주입해 포항 지진이 촉발됐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는 만큼 대법원 판단이 다르게 나올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지역사회는 기대하고 있다. 대법원이 포항 지진이 촉발될 것을 알면서도 관련 기관이 고의 또는 과실로 지열발전소 건설 사업을 강행했다고 인정하면 다시 정부 배상 명령이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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