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여친을 "국장님"이라 부른다…다큐서 털어놓은 인간 이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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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은 ″미래를 향한다″라고 반복해 말했다. 사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전혀 예상치 않았던 일이 일어난 거였다. 전혀 다른 길, 또 어려운 길을 선택해야 해서 굉장히 어려웠다. 그렇지만 우리가 사과를 한 손에 쥐고 있다면, 그 사과를 놓아야만 다른 것을 또 잡을 수가 있다. 어떤 때는 하나님의 뜻으로 새로운 것을 택해야 하는 그런 때가 됐구나, 좋은 기회가 왔다고 도리어 그렇게 생각한다.”
프라임 비디오 다큐멘터리 '이수만: 케이팝의 대부' 리뷰
2023년 2월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며 회사를 나온 창립자 이수만이 전한 소회다. 변화를 수용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그의 자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13일 공개된 아마존 프라임 다큐멘터리 ‘이수만: 케이팝의 대부’에서 생애와 철학, 그리고 SM 설립과 퇴사, 새로 설립한 A20엔터테인먼트에서의 새 출발까지 담아냈다. 연출은 브리트니 스피어스, 발 킬머 등 할리우드 스타들의 다큐멘터리를 주로 제작해 온 중국계 미국인 영화감독 팅 푸가 맡았다. 2022년 이수만이 SM에 있을 때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이수만 다큐멘터리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공개됐다. 사진 프라임비디오
다큐는 단순한 회고담이 아니다.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비전까지 아우르며 ‘K팝 시스템’의 형성과 진화를 따라간다. 음악이 멜로디와 가사로만 이루어졌던 시대에서 춤, 영상, 스토리까지 결합한 ‘컬처 테크놀로지’로 확장된 과정을 이수만은 비빔밥에 비유했다.
자기 일에 대해서는 “음악엔 하나의 그냥 멜로디가 있고 가사만 있는 것이라고 얘기할 수 없다. 춤도 있고 또 퍼포먼스도 있고 그것을 또 담아내는 영화적인 측면으로 또는 뮤직비디오라고 하는 것을 통해서 비디오로 표현한다. 이렇게 하나의 종합 예술을 만들어내는 것이 프로듀서”라고 소개했다.

이수만은 "보아의 성공은 본인이 열심히 해서 그런 위치까지 오른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수만이 몸담았던 SM이 배출한 H.O.T., 보아, 동방신기, 엑소, 에스파 등 아이돌 그룹들의 성장 과정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특히 보아를 일본에 데뷔시키기 위해 회사의 전 재산을 투자하고, ‘광야’ 세계관을 창조해낸 과정은 K팝이 단순한 음악을 넘어 스토리텔링 기반 콘텐트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선구안을 가진 이수만을 두고 혹자들은 ‘금수저 출신’이란 오해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수만은 다큐에서 “부자는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전쟁이 있던 1952년 기독교 집안에서 삼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님 사업이 잘못되면서 어머니가 피아노를 가르쳐서 생계를 유지했다. 고등학교, 대학교 등록금이 없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수만은 SM 재직시절 모든 노래의 편곡 방향성을 꼼꼼하게 피드백하곤 했다. 사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이수만이 음악에 빠진 것은 소녀시대 써니 아버지이자, 둘째 형 영향이 컸다. 형과 함께 기타를 배우러 다니다가, 아버지께 “가수 하면 나중에 굶어 죽는다”고 호되게 혼났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수만은 중3 때부터 곡을 썼고 우연한 기회로 18세 무렵에 쓴 자작곡 ‘행복’을 무대 위에서 불렀다. 그는 “부모에게 가수가 되겠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유명해졌다”며 웃었다.
유명세를 뒤로하고 1981년엔 미국 유학을 떠났다. “가장 아름다운 문화의 꽃은 자유 경쟁과 민주주의에서 꽃이 핀다. 전두환 정권에 들어서면서 어떻게 보면 박정희 정권보다 더 어려운 그러한 시대로 들어가는 건 아닐까. 그렇게 미래에 관심 있는 나로서는 차라리 컴퓨터 공부를 하자고 싶어 유학을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유학생활에서 이수만은 대학생이던 김은진 씨를 만나 결혼했다. “디자인을 전공해 미적 감각이 있어 내 일을 굉장히 잘 도와줬으며, 굉장히 현명했던 사람”이라고 했다. 암 투병으로 아내를 잃은 것에 대해선 “통증이 심한 소장암을 어떻게 하면 치료할 수 있을까, 왜 현대 의학으로 치료가 되지 않는가 속이 상했다. 나는 나대로 의사를 괴롭히며 여러 가지를 알아보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삶의 질적인 면에서 아내가 편안하길 도왔어야 했다. 나는 고치는 쪽으로만 신경을 쓰는 바람에 아내가 힘들게 생을 마감했던 것이 아닌가 지금도 속이 많이 상한다”고 고백했다.

이수만의 취미는 골프다. 지금의 여자친구도 해외 골프장에서 만났다. 사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다큐는 동방신기와의 전속계약 분쟁, 고(故) 종현과 고(故) 설리의 이야기, 정신건강 문제 등 서구에서 말하는 ‘K팝 산업의 그늘’도 가감 없이 다룬다. 이수만은 “광야로 다시 나가야 했다”는 말로 고통과 재기의 반복을 담담히 고백한다. 여기서 이수만이 말하는 광야는 “약속의 땅에 들어서기 전, 시련과 배움이 있고 미래를 꿈꾸고 미래를 준비하는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는 곳”이다.
SM을 휘둘렀던 ‘제왕적 프로듀서’가 아닌 인간 이수만 면모도 볼 수 있다. 와인을 마시며 아들, 강아지와 보내는 일상이 나오고 취미로는 골프를 즐겼다. 조주희 ABC 뉴스 서울지국장과 공개 연애 중인 그는 “해외 골프장에서 만나 연애가 시작됐다. 감정적인 면이 심한 나와 달리 침착하고 나를 많이 도와준다”고 했다. 조 국장은 이수만을 “자기야”라고 호칭했고, 이수만은 “조 국장님이라고 부른다”고 밝혔다.

다큐에는 이수만 아바타가 나온다. 사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조 국장은 이수만이 새로 설립한 블루밍그레이스(A20엔터테인먼트 계열사) 사옥 공사 현장에도 동행했다. 현진영을 함께 만들며 초창기 SM의 틀을 마련한 유영석 프로듀서도 있었다. 다큐는 1990년대 SM의 시작점에서 사옥을 공개하는 이수만과 2025년 A20로 새출발하는 이수만의 모습을 교차해 보여줬다.
마지막은 이수만 아바타가 장식했다. 아바타 이수만은 미래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 후 격렬한 댄스를 춰 웃음을 자아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이루어질 수 있는 미래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상은 새로운 시련을 가지고 오기 마련입니다. 과연 어떠한 삶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혼자 꿈을 꾸면 한낮 꿈에 불과하지만, 우리 모두가 같은 꿈을 꾼다면 그것은 새로운 미래의 시작입니다.”

이수만 다큐멘터리 홍보 포스터. 사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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