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관세장벽 이어 탄소장벽 기다리는 철강업계...생존 전략 다시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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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철강 관세 여파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업계는 관세 여파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탄소세 부담까지 가중되면 수출 경쟁력이 더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EU는 올해 말까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전환 기간을 운영하고,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CBAM은 철강, 알루미늄 등 고탄소 산업 제품에 대해 유럽 역내 기업과 동일한 수준의 탄소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올해까지는 탄소배출량 보고 의무만 적용됐지만 내년부터는 실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탄소국경세…“인증서 부담만 10년 3조원”

국내 철강업계는 비상이다.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철강 제품의 70%가 고로(용광로) 기반 제품이기 때문이다. 고로에서 생산되는 철강 제품은 전기로 대비 최대 5배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고로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철강 제품은 열연강판, 후판, 아연도금강판, 컬러강판 등 판재류 제품이다. 해당 제품들의 경우 EU 수출 비중도 높다. 2024년 기준 열연강판의 경우 EU 수출 비중이 21%에 달한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발표한 보고서 ‘CBAM 도입이 철강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을 살펴보면 CBAM이 본격 시행되면 한국 철강업계가 10년간 EU에 부담할 탄소 비용은 최소 3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첫해인 내년 예상 부담액은 851억원이지만, 2034년에는 55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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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EU뿐 아니라 미국 정부도 탄소 규제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탄소세에 해당하는 청정경쟁법을, 공화당은 외국 오염물질부담금법을 발의했다. 철강업계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친환경 설비에 대한 보조금을 지원해왔던 미국이 앞으로는 수입 제품에도 탄소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있다.

저탄소 철강 제품 생산 늘리는 ‘철강 업계’

국내 철강업계는 EU와 미국의 탄소세 공세에 친환경 생산 공정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이 수소환원제철 공법이다. 기존에는 철을 만들 때 대부분 석탄이 쓰였지만, 수소를 통해 직접 환원철을 만들고, 이를 전기로에서 녹여 쇳물을 제조하는 방식이다. 이밖에 최근엔 정부와 협력해 탄소 배출량 측정 시스템 구축과 국제 인증 체계 마련도 추진 중이다. 포스코는 LG화학과 함께 철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이를 활용해 합성가스를 생산하는 기술을 연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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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철강 제품이 쌓여있는 모습. 사진 뉴스1

글로벌 철강사와의 협력도 강화한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최근 세계철강협회 정기회의에 참석해 글로벌 철강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저탄소제품 생산을 위한 관련 기술 개발에 함께 참여하기로 했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철강업계가 저탄소 철강 제품 생산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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