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인천의 소년장사, 이젠 홈런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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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호 홈런을 친 최정(왼쪽)을 안아준 김광현. 둘은 데뷔 초부터 각별한 사이다. [뉴시스]
프로야구 SSG 랜더스 투타의 핵심인 최정(38)과 김광현(37)은 데뷔 초기에 특별한 내기를 하곤 했다. ‘누가 더 많은 시즌 홈런(최정) 또는 승리(김광현)를 기록하나’라는 자존심을 건 내기였다. 2008년에는 16승의 김광현이 12홈런의 최정을 이겼다. 2009년에는 최정이 19홈런을 때려 12승을 올린 김광현을 제쳤다. 그 이후로는 최정이 매년 20개 안팎의 홈런을 치는 거포로 성장해 내기가 더는 성사되지 않았다. 사실 내기의 목적은 승패가 아니었다. 비슷할 때 데뷔한 유망주끼리 더 빨리 성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지난 13일 인천 NC 다이노스전에서 최정이 통산 500호 홈런을 치면서 한국 프로야구에도 마침내 500홈런 시대가 열렸다. KBO리그의 기념비적 발자국을 남기게 된 ‘소년 장사’ 최정을 오랜 세월 지켜본 주변의 증언을 통해 500홈런까지의 여정을 재구성했다.
‘호타준족’의 대명사 박재홍(52) 해설위원은 최정의 데뷔 초기를 또렷이 기억한다. 최정이 유신고를 졸업하고 데뷔한 2005년, 박 위원이 KIA 타이거즈에서 SK 와이번스로 이적하며 처음 인연이 닿았다. 박 위원은 “(최)정이는 정말 야구 외의 다른 관심사가 없는, 오로지 야구만 알던 친구였다. 얼마나 순수한지 훈련시간 외에도 야구 생각만 하던 선수”로 회상했다. 이어 “고등학교 때까지 투수와 타자를 병행해 프로에 와서도 진로를 많이 고민했다. 타자 쪽 재능이 조금 더 뛰어나 보였는데, 마침 구단과 잘 상의해 타자를 선택하면서 최정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의 기억처럼 최정은 유신고 시절 투타를 겸업한 유망주였다. 체구는 크지 않지만 타고난 힘이 좋아 많은 스카우트가 탐냈다. 2005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SK에 뽑힌 뒤로 타자의 길을 선택했다. 최정이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었던 건 아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가 되기까지 아픔이 있었다. 특히 수비로 고생했다. 박 위원은 “어린 시절 정이는 수비가 약점이었다. 특히 공을 던질 때 입스(송구 때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가 자주 와 많이 고생했다”며 “대단한 건, 입스를 훈련으로 극복하더라. 수비가 안정되니 타격도 자신감이 붙고, 그 전환점이 500홈런의 발판이 됐다”고 분석했다.

2007년 SK에서 데뷔한 김광현은 최정의 오랜 동반자다. 둘은 김성근(83) 감독 밑에서 SK 왕조를 세웠고, 지금까지 SSG의 투타 기둥으로 활약한다. 김광현은 “500호 홈런을 보며 신인 시절이 떠올랐다. 서로 열심히 해보자는 의미에서 내기를 시작했는데 형이 홈런을 너무 많이 치는 바람에 결국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제는 형의 도루 숫자를 걸고 내기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아홉수 없이 빨리 500홈런을 달성해 내가 더 기뻤다. 500홈런이 끝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2028년 청라돔이 문을 열 때까지 선수로 뛰어야 한다. 나도 새 홈구장에서 형과 함께 활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재현(50) SSG 단장에게도 최정의 500홈런은 각별하게 다가왔다. LG 트윈스에서 이적해온 2005년부터 최정과 동고동락했다. 은퇴 후에는 해설위원으로, 지난해부터는 단장으로 최정을 지켜봤다. 김 단장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최정은 정말 대단한 선수다. 특히 세계기록 급이라 할 349개의 사구(死球)를 맞고도 공을 피하지 않고 500홈런을 친 점은 경이롭다”고 말했다. 이어 “벌써 600홈런 이야기가 나온다. 앞으로 4~5년만 건강히 뛴다면 달성 가능하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환희와 축하의 밤은 하루로 충분하다는 듯 최정은 대기록 수립 다음날인 14일에도 그라운드로 나와 예정된 훈련을 소화했다. 600홈런을 향한 도전을 시작한 셈이다. 최정은 “인천 홈팬 앞에서 500홈런을 달성해 더 뿌듯했다. 오른쪽 다리 부상으로 개막전부터 뛰지 못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기록을 세워 만족한다”며 “600홈런 욕심은 없다. 그래도 달성하고 싶은 기록인 건 맞다. 나이가 들면서 몸 관리 중요성을 크게 느끼는데, 앞으로도 잘 관리해서 도전해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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