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선 후보 공약 1호 ‘경제 성장’ 한목소리에…재계는 반신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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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부터)가 대전 으능정이거리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구 서문시장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서울 청계광장에서 유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김문수·이준석 후보 등 주요 대선 주자의 정치적 노선이나 지향점은 다르지만, 일치하는 부분도 있다. 한목소리로 ‘경제 성장’을 1순위 공약으로 꼽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방법론에서 차이가 뚜렷하다. 재계는 공약이 구체적이지 않은 데다 재원 조달 방안을 찾을 수 없거나, 일부는 반(反)기업 요소까지 있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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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제 공약은 정부 주도 성장이 핵심이다. 인공지능(AI) 관련 예산 비중을 선진국 수준으로 늘리고 민간투자를 100조원 유치한다고 공약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방위산업(방산) 수출 진흥 전략회의를 정례화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정부 예산이 민간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증세하거나 대규모 국채 발행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 후보의 공약은)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추진하는 등 돈 뿌리기가 두드러진다”며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 성장은 민간의 투자·소비를 위축시키는 구축(驅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기업을 살리겠다며 재계가 반대하는 상법 개정안이나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다시 추진한다거나 주 4.5일제를 확대한다고도 약속했다. 법정 정년 연장도 마찬가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계가 경영권 침해, 고용 축소, 노사갈등 심화, 글로벌 경쟁력 약화 등 부작용을 우려한 공약이 대거 포함됐다”며 “기업을 지원하겠다는데 정작 공약에선 규제를 늘리는 식이라 기업 지원 의지가 진짜 있는 것인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친(親)기업에 초점을 맞췄다. 신기술·신산업 분야 규제 철폐와 법인세·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등 감세 공약을 앞세웠다. 주 52시간 근로시간 규제를 개선하는 등 재계 민원도 반영했다. 정년 연장 문제도 기업이 자율적으로 재고용·연장·폐지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에 기업민원 담당수석을 신설한다고도 약속했다.

하지만 대선 후보 확정이 늦어진 만큼 공약이 상대적으로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100조원 유치 공약의 경우 이 후보와 판박이다. 가뜩이나 세수(국세 수입)가 부족한 상황에서 재원을 조달할 대책도 빠졌다. 김 후보는 “불필요한 정부 사업을 줄이고 기존 재원을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10대 기업의 한 대관 담당 임원은 “규제 개선, 감세 등 기업이 바라는 내용을 공약에 망라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AI 등 거대 공약을 앞세우는 대신 정부 부처 감축 등 일하는 방식의 효율, 혁신에 방점을 찍었다. 공약에서 눈에 띄는 건 리쇼어링(해외로 진출한 공장의 국내 복귀) 기업 지원, 외국인 노동자 전용 특수 비자 신설 등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공약을 내세우지 않은 건 바람직하다”면서도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않고선 (이 후보의 공약이)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지난 11일 대선 후보에게 국가 AI 역량 강화, 광역권 규제 완화, 신규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중견기업 지원 확대, 정년 연장 대신 퇴직 후 재고용 등의 내용을 포함한 100대 정책 과제를 제언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세계 각국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며 뛰는데 한국은 여전히 규제에 시달린다”며 “글로벌 경쟁 시대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지 않도록 기업의 목소리를 공약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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