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수사기밀 유출 우려있다" 경찰청, 일선에 ‘챗GPT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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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AI 그래픽 이미지

경찰청이 전국 경찰관서에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용 시 주의사항’ 공문을 하달했다. 20·30대 젊은 경찰관을 중심으로 업무에 챗GPT 등 생성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내린 조치다. 경찰 내부에서도 “업무 효율을 높이는 미래 기술에 적응해야 한다”는 시각과 “개인정보 침해 등 우려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뉘는 가운데, 경찰청은 자체 내부망에서 운영할 수 있는 AI 모델을 구축하겠단 계획이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정보화기반과는 지난달 29일 전국 경찰관서에 ‘챗GPT 등 생성형 AI 활용 시 주의사항 재강조’ 공문을 보냈다. AI 업무 활용 시 수사 및 업무자료 입력을 금지하고,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 입력을 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골자다. 또 ‘AI 사용 중 역으로 보안 관련 질문이 나오면 답변을 자제하라’라거나 ‘AI를 활용한 정보화 사업 추진 시 보안성 검토를 철저히 하라’는 지시도 담겼다. 정보화기반과 관계자는 “공무원 업무는 특히 문서 작업이 많아서 AI를 활용하면 편리하다”면서도 “자칫 잘못하면 개인정보나 수사 기밀 등을 입력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주의를 환기하는 차원에서 공지했다”고 설명했다.

일선 경찰서의 젊은 수사관들 사이에선 챗GPT 등 생성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서울 일선 경찰서의 한 수사과 소속 경찰관은 “복잡한 사건의 송치 여부를 검토할 때 법리적으로 비슷한 판례가 있는지 AI 사이트를 이용해서 검색해본다”며 “정확도가 높고, 근거가 되는 법령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준다”고 말했다. 경북의 또 다른 경찰관은 “경찰 수사 우수 사례 대회 등을 준비하기 위해 챗GPT를 활용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며 “젊은 수사관일수록 AI를 자주 사용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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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각 정부기관에 배포한 '챗GPT 등 생성형 AI 활용 보안 가이드라인' 중 일부. 사진 국정원

경찰이 생성 AI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경찰 내부망의 수사 기록을 AI 사이트 등에 옮겨 입력할 경우 개인정보 유출이나 수사 기밀이 유출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의 한 경정급 경찰은 “직원 중 일부가 수사 보고서를 쓸 때 수사 내용이 담긴 일부 문단이나 문장을 챗GPT에 돌려 다듬어왔다고 하더라”라며 “경찰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기관에 중요한 수사 정보가 조금씩 쌓이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생성 AI에 의존하는 건 장기적으로 경찰 개인의 역량 강화에 방해가 된단 의견도 있다. 20년 경력의 한 경찰관은 “후배들의 수사 역량과는 별개로 좋은 수사 보고서를 작성하겠다며 챗GPT에 퇴고를 맡기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판례나 법령 등도 본인이 직접 찾아보며 숙지해야 하는데, AI에게 모두 떠넘기는 것으로 끝날까 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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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7월 2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게양된 경찰청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뉴스1

경찰 내부에선 AI 활용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업무 편의성을 증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보안이 필요한 정보들은 비(非)식별화하거나 필터링할 수 있게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자체적으로 AI 서비스를 지원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경찰청은 올해 초부터 LG의 AI 모델 ‘엑사원’을 활용한 수사 지원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수사기록이 저장된 내부망에서 자체 AI 엔진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로, 보안을 철저히 유지하면서 수사 업무를 지원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춘식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에서의 AI 활용과 관련해 “기관별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정부 기관은 해외 AI 기업에 보안 정책·데이터 처리 방침 공개를 요구하는 등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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