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누가 허위 만든건지 말할 것"…이 말한 증인 입 막은 민주당[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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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초유의 대법원장 청문회를 열었다. 정작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법의 독립 및 재판 합의 과정의 비공개 등을 규정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며 의견서를 내고 불참한 가운데 열린 청문회였다.
당사자 없는 청문회였지만 민주당은 지난 1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선고가 이 후보 자격 박탈, 한덕수 전 총리 출마를 노린 사법 카르텔의 모의란 음모론에 포화를 집중했다. 음모론을 처음 꺼낸 이는 박선원 의원이었다.
‘조희대 음모론’ 당사자 “누가 허위사실 만들었는지 말하겠다”에 답변 막아
박 의원은 선고 이튿날 2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잘 아는 사람의 전화를 받았다. 그 분이 ‘윤석열, 김앤장의 S 변호사,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관계를 아느냐. 사법 카르텔이란 기본 구조도 모른다면 당신은 앞으로 펼쳐질 최악의 상황을 예견하지 못할 것’이란 말씀을 해 많이 놀랐다”라고 말했다.
14일 법사위에는 박 의원이 윤 전 대통령과 조 대법원장 사이에서 매개 역할을 했다고 지목한 서석호 변호사가 직접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민주당이 채택한 증인 가운데 청문회에 출석한 유일한 증인이었다.

서석호 변호사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서 변호사는 “저에 관한 허위사실들이 유포되면서 걱정하는 전화들이 오고 했었다. 내가 나가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지, 법적 조치도 하고 해야지 되겠다는 (마음으로 나왔다)”며 작심 대응했다. “윤 전 대통령과 (서울대법대 79학번) 대학 동기는 맞지만 한 전 총리와 조 대법원장과는 친분이 전혀 없다”며 의혹을 직접 부인했다. 특히 조 대법원장에 대해선 “경북고 4년 선배이지만 선발(시험) 세대이고, 저는 소위 뺑뺑이, 추첨 세대여서 동문회도 따로 해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자 박균택 의원은 “그런데 왜 그런 소문이 난 것이냐”고도 따졌다. 그러자 서 변호사는 미소를 지으며 “그래서 저도 누가 이런 허위사실을 만들었을까 고민을 했습니다.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에 박 의원은 바로 “됐습니다. 어차피 부인할 것인데 그 정도면 됐습니다”라며 답을 듣지 않고 증인신문을 끝냈다. 민주당이 퍼뜨린 주장의 당사자가 직접 허위사실의 출처를 말하려고 하자 못하게 막은 것이다.
서 변호사는 박 의원에게 무슨 답변을 하려고 했느냐는 중앙일보 질의에 “저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가 조용히 사그라지기를 바란다”며 설명을 피했다.
“제보를 받았다”며 또 다른 버전의 ‘조희대 음모론’을 제기한 의원도 있었다. 서영교 의원이 재생한 제보 녹취에서 누군가 “4월 4일에 윤석열 (헌법재판소) 선고가 끝나고 4월 7일인가 10일인가 15일인가 조희대 대법원장하고 정상명·김충식·한덕수하고 네 명이 만나 점심을 먹었고 그 자리에서 조희대가 그런 말을 했다는 거야.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한다’고 얘기했다는 거야. 그런 이야길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앞서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도 확인 안 된 취재원의 얘기라며 비슷한 의혹을 주장한 바 있다.
녹취가 끝나자 서 의원은 “이게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라고 소리치며 “이 내용이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라고 답변하려하자 “녹취로 나와 있잖아요”라며 해명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김용민 의원은 윤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재판장인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 1인당 100만~200만 원 정도 비용이 나오는 룸살롱에서 여러 차례 술을 마셨고 단 한 번도 돈을 낸 적이 없다는 구체적 제보를 받았다”며 폭로했다. 이어 김기표 의원은 “같이 간 직무관련자가 윤 전 대통령 석방에 분노해 지 부장판사 얼굴이 선명한 사진을 제보했다”고도 했다.

지귀연 부장판사가 지난 4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을 하기 전 언론 공개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민주당은 나중에 이 사진이 12·3 비상계엄 4개월 전인 지난해 8월 촬영된 것으로 제보자가 일행인지도 확인 중이라고 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15일 “해당 의혹 제기의 내용이 추상적일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자료가 제시된 바 없다”며 “의혹의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기에 입장을 밝힐 만한 내용은 없다”고 입장을 냈다. 민주당 폭로 만으론 실제 법관이 직무관련자로부터 불법 접대를 받았는지 사실 여부조차 확인이 안 된다는 반박이다.
판결 마음에 안 든다고 의혹 난사…서부지법 사태 반추해야
판결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공세 중인 의혹 제기는 이렇게 검증이 덜 된 게 많았다.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일부 세력이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서울서부지법 청사를 습격해 난동을 부린 적 있다. 서부지법은 14일 김모(35)·소모(28)씨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 징역 1년을 선고하면서 “대한민국 사법부의 영장 발부 여부를 정치적 음모로 해석하고 응징·보복을 이뤄야 한다는 집념과 집착이 이뤄낸 범행”이라고 했다.

지난 1월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 서부지법에 지지자들이 진입해 난동을 부리고 있다. 뉴스1
그러면서 “피고인의 이전 인생과 남은 인생을 좌우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남은 인생을 피고인 본인답게 살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14일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청문회장에서 제기한 각종 음모와 의혹은 현행법상 허위라도 처벌받지 않는다. 다만 국회 다수당으로 입법권력을 가진 민주당이 쏟아낸 ‘카더라’식의 검증 덜 된 음모론이 결국 국회 신뢰를 무너뜨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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