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로열패밀리 줄어드는 일본 왕실, 여왕시대 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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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요미우리신문의 조간 1면. 왕실 존속을 위한 제언을 담는 기사를 내고 있다. 온라인판 캡처

지난 15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면 톱기사를 비롯해 총 4개의 지면을 할애해 황실전범 개정을 촉구했다.

일본 ‘황실전범’은 제1조에서 왕위에 대해 "부계(왕실 남성이 낳은 남자) 남자가 계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왕족 여성, 일반인과 결혼하면 왕족 신분을 포기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최근 일본에선 아들보다는 딸이 더 많다. 이 때문에 1994년 26명이던 일본 왕실 멤버는 현재 16명으로 줄었고, 왕위를 계승할 수 있는 부계 남성 후보는 단 3명에 그치고 있다.

안정적으로 왕위 계승이 이뤄지기 위해선 모계를 통한 왕위 세습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요미우리 신문의 제언이다.

일본 정치권에선 현재 여야 합의를 통해 일본 왕실의 세습 제도를 손보려는 중이다. 일본 정부는 2000년대 들어 공주 또는 모계혈통 남성도 왕위를 이어받을 수 있도록 ‘여성 궁가(宮家)’ 창설을 검토해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때인 2005년 여성 궁가 창설을 포함한 보고서를 만들었고, 민주당 정권 때인 2012년에도 이런 필요성을 명기한 왕실제도 ‘논점 정리’를 발표했다.

요미우리와 아사히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여성 왕족의 신분 유지에 대해선 여야 모두 찬성하고 있지만, 그 남편과 자녀에게까지 왕족 신분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라고 한다. 특히 자민당이 이에 반대하고 있는데, 왕족 신분을 부여할 경우 모계의 일왕이 생겨날 수 있고 지금까지 126대에 걸쳐 부계로만 계승된 일본 왕실의 전통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요미우리는 "왕통의 존속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여성 왕족이 가문의 수장이 되는 '여성 궁가'의 창설을 가능하게 하고, 남편과 자녀에게도 왕족 신분을 부여해 왕족 수를 안정적으로 도모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여성 왕족이 결혼할 경우 왕족 신분을 잃는다는 규정은 조속히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일본 헌법은 천황제와 천황의 지위가 세습된다는 것만 규정할 뿐, 부계나 남성으로 규정하지 않으며 일본 역사상 8명의 여성 천황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매체의 이런 제언에 대해 산케이신문은 16일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아사히신문인 줄 알고 두 번 봤다"고 한 나가시마 아키히사(長島昭久) 총리 보좌관의 발언을 전했다. 또한 "모계 왕을 황통의 존속이라 할 수 있느냐", "구궁가의남계 남성의 왕가로의 복귀 등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 한다"는 자민당 의원들의 발언들을 소개하며 요미우리의 제언에 쓴소리를 가하기도 했다.

국민민주당의 다마키유이치로(玉木雄一郎) 대표는 X(구 트위터)에 "요미우리신문이 이 시점에 이 제언을 낸 배경이 신경 쓰인다"고 적었다.

아사히신문은 이달 초 왕족 확보를 위한 방안이 조만간 마련될 것이라면서도 여성 왕족과 모계 후손이 왕위를 계승할 수 있는지는 이번 여야 협의의 주제에선 제외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보도에선 구궁가의 부계 남성을 양자로 왕실에 받아들이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했지만, 요미우리신문은 이에 대해 "일반인으로 살아오던 사람이 왕족이 되는 것에 대해 국민 이해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요미우리신문은 "3~4월 실시했던 전국 여론조사에선 장래 왕위 계승이 어려워질 것에 대해 '불안하다'는 응답이 71%나 됐다"며 "왕실이 앞으로도 유지되기를 바라는 것이 국민의 염원"이라며 자신들의 제언을 정당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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