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노잼도시 대전? 근대와 현대 모두 만나는 건축 여행의 재미[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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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건축 여행
김예슬 지음
파이퍼프레스
대전이 성심당밖에 없는 ‘노잼도시’라고? 2015년부터 전국 건축 여행을 해온 지은이에게 이 도시는 경유지가 아닌 목적지로도 충분하다. 근대 건축물부터 21세기 현대 건물까지 다양한 작품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 오정동 선교사촌. 1955~1958년 선교사 사택으로 지어진 건물 등이 모여 있다. [사진 김예슬]
철도 도시의 유물인 소제동 관사촌은 일본식 다다미와 벽장이 남아있지만, 공사에 참여한 한국인 목수의 솜씨인 서까래 등 한옥의 흔적도 보인다. 역사와 사람의 체취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대전 소제동의 오래된 건물. [사진 김예슬],
2020년엔 이곳에 문화예술마을인 ‘아트벨트’가 조성되면서 인간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1940년대 팔남매를 둔 철도 가족이 살던 관사 59호엔 팔남매집, 두충나무가 있는 51호엔 두충나무집, 분홍으로 칠한 24호엔 핑크집이란 이름을 붙였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노력이다.
건축가 김수근이 1984년 설계해 1990년 개관한 대전의 국립중앙과학관은 건축물과 내부 전시물이 조화를 이룬다. 건축물이 살아 숨 쉬는 현실 공간이 돼야 비로소 존재가치가 극대화됨을 웅변한다.

대전 국립중앙과학관. [사진 김예슬]
지은이는 김수근의 영향을 많이 받은 후배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대전 변동성당을 반드시 보라고 추천한다. 김수근 작품인 마산 양덕성당(1977), 서울 경동교회(1981), 불광동성당(1986)과 비교하면 전승과 발전의 의미를 음미할 수 있다.
지은이는 오래전 충남도청이 있던 공주와 충북도청 소재지 청주, 대전 옆의 옥천까지 돌았다. 2005년 시인 정지용의 생일인 5월 15일 개관한 옥천 정지용 문학관은 건축과 시가 하나로 녹아 있다. 바로 옆에 실개천이 흐르고 1996년 복원된 시인의 생가인 초가집이 자리 잡고 있다.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라는 시 ‘향수’의 한 구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의자에 설치된 시인의 밀랍인형과 자연스럽게 사진을 함께 찍을 수밖에 없다.

흔히 '청주 성공회성당'으로 불리는 대한성공회 청주성당. 한옥에 서구 양식을 절충해 1935년 건축됐다. [사진 김예슬]
1999년 철거됐다가 2010년 조선 전통 한옥 양식으로 복원된 육영수 여사 생가도 지척이다. 1944년부터 20년 넘게 옥천여중 교무실로 이용됐던 한옥도 건축 여행의 감초다.
지난해 4월 출간한 『서울 건축 여행』에 이은 지은이의 두 번째 책이다. 근현대사를 돌아보며 내가 사는 세상을 사랑하는 데 건축 여행만 한 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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