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탄금’, 이복남매의 금지된 멜로…소재는 강렬한데 설득력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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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금'은 실종됐던 조선 최대 상단의 아들 ‘홍랑’이 기억을 잃은 채 12년 만에 돌아오고, 이복누이 ‘재이’만이 그의 실체를 의심하는 가운데 둘 사이 싹트는 알 수 없는 감정을 그린 미스터리 멜로 사극이다. 사진 넷플릭스

값비싼 청자와 고가의 미술품을 거래하며 조선 최고의 거상으로 불린 심열국(박병은). 그의 아들 홍랑(이재욱)이 하루아침에 사라진다. 심열국과 아내 민씨 부인(엄지원)은 현상금까지 내걸며 백방으로 아들을 찾지만,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한다. 결국 심열국은 양반 가문의 무진(정가람)을 양자로 들이게 된다. 그렇게 12년이 흐른 어느 날, 기억을 잃고 성인이 된 홍랑이 돌아온다. 가족들은 홍랑이라 확신하고 반가워하지만, 정작 가장 간절히 그를 기다렸던 누이 재이(조보아)만은 “홍랑이 아니다”라며 냉담하게 대한다.

1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탄금’ 1~2화의 줄거리다. 씨받이 소생 재이를 중심으로 적장자 홍랑과 양자 무진 사이에 삼각 로맨스가 펼쳐지는 미스터리 멜로 사극이다. 이복남매, 금지된 사랑이라는 소재를 조선 시대 상단(조직적 상업 집단)의 집안 이야기로 풀어냈다. 장다혜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닥터 브레인’(2021) 공동 집필에 참여했던 김진아 작가가 각색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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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랑 중심의 액션 연출이 스타일리시하게 펼쳐진다. 사진 넷플릭스

액션에 힘준 드라마

연출은 OCN ‘보이스’(2017)·‘손 더 게스트’(2018),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2022) 등 장르물에 강한 김홍선 PD가 맡았다. 제작사는 명시적으로 액션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지만, 초반부에는 액션 장면의 비중이 높다. 15세 이상 관람가로는 제법 수위 높은 피 튀는 장면이나, 얼굴을 제외한 몸 전체가 땅에 묻힌 몸종 장면까지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스타일리시한 연출도 눈에 띈다. 낫을 던지는 동작에 따라 카메라도 하늘로 올랐다가 배우 눈높이로 다시 내려오는 연출, 걸어 나오는 주인공 뒤로 불길이 확 번지는 모습, 절벽에서 악인을 밀어내는 장면과 추락 장면을 한 프레임에서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앞서 이재욱은 “이전의 액션 촬영과 달랐다. 무술 감독님이 짜준 시퀀스가 스타일리시했다. 많이 연습하러 갔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액션에 대한 집중이 지나쳐, 본래 장르인 미스터리 멜로의 감정선이 희미해지는 아쉬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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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멜로 장르임에도 액션에 힘을 많이 줬다. 사진 넷플릭스

멜로 설득력 글쎄

홍랑, 무진과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재이 캐릭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극 중 재이가 기대하는 남매 관계는 다소 비현실적이다. 12년 세월을 거스른 채, 모든 감정을 공유하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길 바라는 모습은 청춘 드라마 속 남매 같은 이상향에 가깝다. 이런 기준에서 재이는 냉철한 모습으로 기억을 잃고 돌아온 홍랑이 가짜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홍랑을 보며 그와의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재이의 모습이 나온다. 홍랑이 가짜라서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인지, 어렸을 때 친했던 홍랑과 비슷해 사랑에 빠진다는 것인지 멜로 서사를 파악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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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 재이 캐릭터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진 넷플릭스

또한 낮에는 조신하게 지붕 위에 앉아 있는 재이가 밤이 되면 남자 옷을 입고 산속을 헤집고 다니는 이중적인 모습은 캐릭터 설정의 개연성을 의심하게 한다. 민씨 부인의 구박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란 잡초 같은 인물이라기엔 홍랑과 무진의 도움을 많이 받는 모습이고, 깊은 상처로 인해 연약한 여인의 모습이라기엔 가진 것 없이 눈을 부라리는 태도에 의아함이 남는다.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태도에 여주인공의 매력이 잘 살아나지 못한다. 홍랑과 무진이 왜 재이에게 빠지는지는 두고 봐야 한다.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조보아는 “어린 시절 동생 홍랑과 12년 만에 다시 나타난 홍랑을 대하는 감정을 철저히 분리해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다. 동생을 대하는 마음과 나도 모르게 남자로서 끌리게 되는 마음을 분리해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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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들 무진을 노려보는 민씨 부인. 사진 넷플릭스

변화무쌍 엄지원

사극 특유의 ‘보는 재미’를 담당하는 인물은 단연 민씨 부인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의 나민옥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엄지원은 이번에도 중심을 잡아주는 연기를 보여준다. 씨받이 소생 재이와 양자 무진을 대하는 싸늘한 태도, 친아들 홍랑에게만 한없이 따뜻한 모습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화려한 의상과 메이크업, 장신구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조선 시대 상단 안주인의 위엄도 놓치지 않는다. 단순한 악역 이상의 입체적인 매력으로, 극의 긴장감과 생기를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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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랑이 돌아온 이후 민씨부인은 점점 야망을 드러낸다. 사진 넷플릭스

특히 홍랑이 실종된 후 담배와 아편에 의지하던 그는, 아들이 돌아오자마자 생기를 되찾으며 극단적인 모성애를 드러낸다. 이 감정이 앞으로 어떤 야망으로 발전할지 기대를 모은다. 김홍선 감독은 “원작 소설을 먼저 읽어봤다. 캐릭터들이 전부 자기의 운명을 따라갈 생각이 없어 보이는 인물들이라 매력을 느꼈다. 그리움이 사무치다 보면 원망이 되고, 원한이 되고, 사랑이 되기도 하고 복합적인 감정이 생기는데, 작품에서 이런 다양한 감정들이 많이 나온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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