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러시아·우크라 3년만 직접 대면…트럼프 "푸틴과 곧 만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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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1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차려진 협상장에서 마주 앉았다. 전쟁 발발 이후 3년 2개 월만의 재회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불참으로 당초 기대했던 3국(미·러·우)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은 데다, 전날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장외 신경전을 벌이다 협상을 미루기까지 했다. 영토나 안보보장 등에서 양국 간 입장차도 커 이번 협상에서 곧바로 큰 진전을 이루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CNN 등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튀르키예 협상단이 이날 오후 1시 43분(한국시간 오후 7시 43분) 이스탄불 돌마바흐체 궁전 대통령 집무실에서 협상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022년 3월에도 이곳에서 전쟁 발발 후 마지막 협상을 벌였다.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크렘린궁 보좌관이 이끄는 러시아 대표단은 미하일 갈루진 외무차관, 이고르 코스튜코프 러시아군 총정찰국(GRU) 국장, 알렉산드르 포민 국방차관 등으로 구성됐다. 우크라이나 측에선 루스템 우메로프 국방장관, 안드리 시비하 외무장관, 안드리 예르막 대통령 비서실장이 자리했다. 튀르키예의 하칸 피단 외무장관이 회담을 중재했다.

우메로프 장관은 회담에 앞서 성명에서 "최고 수준의 직접 협상과 왼전하고 무조건적인 휴전을 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영국·독일·프랑스 관계자들과도 만났다"며 "지속 가능하고 정의로운 평화를 이룰 수 있는 실질적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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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톰 배럭 주튀르키예 미국 대사,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키스 켈로그 미국 특사가 미국, 우크라이나, 튀르키예 간 3자 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앞서 미국과 러시아,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의 만남도 각각 이뤄졌다. BBC는 마이클 앤톤 미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이 메딘스키 보좌관과 회담했으며,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포함된 미국 대표단이 우크라이나 대표단과 만났다고 전했다. 루비오 장관은 "살인을 멈춰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준비되는 대로 만나겠다"고 밝혔다. 중동 순방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탄불 회담이 진전되면 자신도 협상장에 가겠다고 밝혀 3자 회담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불참으로 불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과 내가 만나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양측 차관급 파견…협상 목표 입장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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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오른쪽)이 앙카라의 대통령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11일 우크라이나에 직접 대화를 제안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상끼리 만나자고 역제안하면서 전쟁 발발 후 3년 만에 양측 정상이 나서는 직접 협상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불참을 공식화하고 대표단을 파견하자,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스탄불에 가지 않겠다면서 맞불을 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5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회담한 뒤 "푸틴을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닐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로부터 무례함을 느낀다. 회담 시간도, 의제도, 고위급 대표도 없다. 이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도 무례"라고 덧붙였다. 대신 이스탄불에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하면서 러·우 회담은 겨우 불씨를 살렸다.

대표단 구성을 두고도 신경전이 오갔다. 장관급이 아닌 차관·국장급으로 구성된 러시아 대표단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를 "장식용"이라고 비판하자, 러시아는 "자기 분야 최고 전문가"라며 반박했다. 우크라이나도 뒤늦게 우메로프 장관을 단장으로 해 정보 및 군·외교 당국 차관급으로 급을 맞춘 대표단을 보냈다.

협상 목표에 대해 양측은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제안한 30일 휴전의 이행을 촉구하며 휴전 논의를 주장했지만, 러시아는 지난 2022년 중단된 협상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여기엔 당시 열세에 있던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조건들이 포함돼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푸틴, 의도적으로 협상 지연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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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아부다비의 카사르 알와탄 대통령궁에서 회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외교가에선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대응하며 의도적으로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BBC는 트럼프의 '30일 휴전' 제안에 우크라이나는 기꺼이 응했지만 러시아는 그렇지 않았다며 트럼프가 오히려 푸틴에게 보상을 주는 것 같다고 짚었다.

CNN은 "러시아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협상이 진행되도록 천천히 하길 원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로 발생하는 피해보다 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경우 국내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함정이 더 크다고 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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