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결정사 필요 없어요”…출산율 끌어올린 결혼원정대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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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가운데)을 중심으로 한 달서구 퍼레이드팀이 지난 10일 대구 국채보상로에서 열린 ‘2025 파워풀대구페스티벌’ 시민퍼레이드에 ‘대한민국 결혼 1번지 달서’를 주제로 참가해 결혼의 소중한 가치를 알렸다. [사진 달서구]

“구청에서 직업·개인정보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주선하니까 믿음이 갔어요. 결혼정보회사에 돈을 쓸 필요 없이 제 짝을 만났고 지금은 예쁜 아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2년 전 처음 남편을 만나 1년 연애 후 결혼한 안예솔(29)씨의 말이다. 안씨 부부는 2023년 2월 대구 달서구의 주선으로 만났다. 연애와 결혼에 관심은 있지만 바쁜 직장생활 등으로 만남의 기회가 부족한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한 5대 5 소그룹 미팅 ‘고고미팅(만나go 결혼하go)’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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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예솔(29)씨 부부는 2023년 2월 대구 달서구에서 만든 결혼 장려 프로그램 ‘고고미팅(만나go 결혼하go)’에서 만나 지난해 2월 결혼했다. [사진 안예솔씨]

안씨는 1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어 고민하다가 주변에서 친구들이 재밌다고 추천해서 달서구 결혼장려팀에 등록을 했다”며 “하루 데이트를 하고 최종 커플이 되면 휴대전화 번호를 교환하는데 남편과 짝이 됐고 결혼까지 했다”고 말했다.

결혼 8년 차 김민기(36)·신선아(36)씨 부부도 2018년 달서구에서 주최한 결혼 장려 프로그램에서 만나 결혼한 뒤 지금은 6살 아들을 키우고 있다. 지역의 한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김씨는 “결혼을 하고자 하는 분이 매칭 프로그램에 나오기 때문에 연애와 결혼·육아 관련 이야기를 터놓고 할 수 있었다”며 “지자체의 결혼 장려 정책으로 미혼 남녀가 결혼하고, 자연스레 아기를 낳다 보니 출산율이 증가하는 긍정적인 변화까지 가져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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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서구가 2018년 6월 이월드에서 주최한 미혼남녀 결혼 장려 프로그램 ‘사랑은 롤러코스터를 타고’에서 만나 그해 11월 결혼한 김민기(36)·신선아(36)씨 부부와 6살 아들. [사진 김민기씨]

2015년만 해도 달서구는 인구 60만 명 이상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서울 송파구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컸다. 하지만 성서산업단지 침체, 대도시로의 젊은 세대 유출 등으로 인구가 급격히 줄었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2016년 취임과 동시에 결혼 장려 정책으로 저출산과 인구 감소 위기를 극복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해 7월 구청 6층에 전국 최초로 결혼장려팀이 문을 열었고, 2년 뒤인 2018년엔 전국 최초로 ‘결혼특구’를 선포했다.

결혼장려팀은 ‘결혼원정대’라는 이름으로 미혼남녀를 등록·관리하며 다양한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입소문을 타면서 등록된 남녀는 600명까지 늘었다. 현재까지 결혼한 커플만 180쌍이다.

이외에도 달서구는 청년들의 결혼 인식개선을 위한 범국민 캠페인 ‘잘 만나보세, 뉴(New) 새마을운동’ 등 다양한 정책을 진행했고, 4년 전부터 눈에 띄게 혼인 건수가 늘기 시작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2023년 전국의 혼인 건수 증가율은 연평균 0.3%인데 달서구는 8.15%로 전국 평균의 27배 수준을 기록했다.

달서구의 이런 결혼장려정책은 출산율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7개월 연속으로 달서구의 전년 동월 대비 출생아 수가 증가했다. 특히 이 기간 달서구 출생아 수 평균 증가율은 18.7%로 전국 9.6%보다 높다. 최근 3개월의 경우 증가율이 더욱 도드라진다. 올해 2~4월 증가율은 23.6%에 달해 전국 평균(9%)의 2.6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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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서구가 지난해 출산장려팀을 신설하고 다양한 관련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대구 달서구]

달서구는 지난해 7월에는 저출산 대응 조직인 출산장려팀을 신설해 ‘출산붐(BooM) 달서’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오는 8월부터 결혼부터 육아 정보를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출산정책 통합정보 플랫폼’을 구축해 운영하고 다자녀 확대 지원사업 등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지금까지 펼쳐온 결혼·출산 장려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도 많은 청년이 결혼과 출산을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적극 펼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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