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8647, 트럼프 암살 신호"…코미와의 8년 악연 소환한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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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지난 15일 조개껍데기들이 숫자 ‘8647’ 모양으로 배열된 한 장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암살 선동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과 코미 전 국장. 로이터=연합뉴스
‘86 47’
언뜻 보면 뜻을 알 수 없는 네 숫자의 조합에 미국 정가가 발칵 뒤집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암살 선동 논란에 휩싸이면서다.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지난 15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한 장의 사진이 발단이 됐다. 그는 모래 위에 조개껍데기들이 숫자 ‘86 47’ 모양으로 놓인 사진을 올리고는 “해변 산책로에서 본 멋진 조개 배치”라는 글을 남겼다.
이에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불명예 퇴진한 코미 전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암살을 선동했다”며 즉각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국토안보부와 비밀경호국(SS) 차원에서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코미 전 국장, 비밀경호국 조사받아
코미 전 국장은 결국 16일 오후 워싱턴 DC에 있는 비밀경호국에 출석해 게시물을 올린 목적과 경위 등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놈 장관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신변 보호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충성파’로 통하는 캐시 파텔 FBI 국장도 “비밀경호국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할 것”이라며 힘을 보탰다.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지난 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사진. 숫자 ‘8647’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암살을 선동한다는 논란에 휩싸이자 코미 전 국장은 이 사진을 삭제했지만, 16일 비밀경호국(SS)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사진 인스타그램
미국에서 숫자 ‘86’은 속어로 ‘내쫓다’ 또는 ‘제거하다’로 통용되며 나아가 ‘죽이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1930년대 뉴욕 등 식당가에서 ‘메뉴에 있던 것이 더는 서비스 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간단히 86이라고 적어 소통하던 것에서 유래해 ‘제거’, ‘살인’ 등의 의미로 확장돼 사용됐다고 한다.
“8647은 트럼프 암살 선동 메시지”
‘47’은 47대 미국 대통령 트럼프를 상징한다는 게 수사 당국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86 47’은 47대 대통령 트럼프를 죽이자는 의미로 암살을 선동하는 뜻이 내포돼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코미 전 국장은 해당 사진을 삭제한 뒤 “나는 그런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지만 일체의 폭력에 반대하기에 게시물을 내렸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어린이도 그 사진이 의미하는 게 뭔지 안다”며 “그가 그런 일을 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더러운 경찰”이란 표현을 써 가며 코미 전 국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코미 전 국장은 부인하고 있지만, 게시물의 메시지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면서 파장이 커지는 형국이다.
트럼프, 2016년 코미 전격 경질
트럼프 대통령과 코미 전 국장 사이에 얽힌 악연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첫해인 2017년 5월 코미 당시 FBI 국장을 전격 해임했다. 정치적 독립성이 요구되는 FBI 국장의 갑작스러운 경질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어서 당시 상당한 파장을 낳았다.

2016년 7월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 하원 감독위원회에 출석한 당시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증언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13년 버락 오바마 정부 때 FBI 국장에 임명된 코미는 공화당 출신이지만 초당파적인 원칙주의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린 계기는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 수사 방침을 밝히면서다. 결과적으로 당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대선 승리에 일부나마 기여한 셈이 됐는데, 트럼프 집권 후 당시 코미 국장이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연루된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착수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샀다.
코미 해임 이후 둘 ‘원수’ 사이 돼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의 내통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 중단을 요청했다고 코미가 폭로하면서 둘은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악화됐다. 코미는 FBI 국장직 해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을 더욱 신랄하게 비판했다. 2018년 펴낸 회고록 『더 높은 충성심(A Higher Loyalty)』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진실과 원칙을 무시하는 사람”, “마피아 보스처럼 행동하는 인물”이라고 기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코미를 향해 “미 역사상 최악의 FBI 국장”이라며 반격했다.

미국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판매되고 있는 티셔츠. 미국의 46대 대통령 조 바이든 대통령에 반대해 그를 탄핵하자는 의미의 숫자 ‘8646’이 새겨 있다. 사진 아마존 캡처
코미는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패하자 “민주주의가 간신히 살아 남았다”며 구원(舊怨)을 드러냈다. 지난해 대선 때에도 “정당을 보지 말고 ‘나라’를 위해 투표하라”며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를 응원했었다. 이런 악연의 고리가 이어지면서 코미를 ‘공적’으로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은 이번 일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여기지 않고 집중 공격을 이어갈 태세다.
다만 거꾸로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46대 대통령) 시절 ‘바이든 탄핵’을 주장했던 강성 트럼프 지지자들이 ‘86 46’이라는 숫자가 적힌 티셔츠를 온라인에서 판매하면서 정치 공세에 활용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현재 ‘86 47’이 적힌 티셔츠를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와 지자자들이 의도적으로 코미의 메시지를 확대해석하며 정쟁 소재로 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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