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가계대출 보름새 3조 급증…당국 “6월엔 안정”이라지만, 금리·공급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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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하던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달 들어 다시 가팔라졌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주식 시장 ‘빚투(빚을 내 투자하는 것)’ 열기에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수요가 동시에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이 아직 관리 범위 안이라고 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금리와 부동산 공급 환경을 고려할 때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한다.

토허제 여파에 5대 은행 주담대 급증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5일 기준 가계대출은 잔액(745조9827억원)은 4월 말(743조848억원)과 비교해 2조8979억원이 급증했다. 현재 추세면 전월 대비 이달 가계대출 증가세는 6조원에 달할 수 있다. 이는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 폭(4조5337억원)을 능가하는 것은 물론 지난해 8월(9조6259억원)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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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하향 조정될 전망되는 가운데 16일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상품 현수막이 붙어 있다.은행연합회는 4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2.70%를 기록해 전월 대비 뉴스1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규제에 올해 1월(-4762억원)까지만 해도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감소했다. 하지만 연초 금융권이 대출규제를 다소 완화한 데 이어, 금리마저 떨어질 기미가 보이자 2월부터는 증가세로 다시 돌아섰다. 특히 2~3월 토허제 해제 및 재지정 여파에 강남 등 서울 일부 지역의 부동산 매수가 많아지면서, 4월(4조5227억원)부터는 전월 대비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토허제 영향에 2~3월에 부동산 거래가 늘어났는데, 주담대는 부동산 계약 후 2~3개월 시차를 두고 나가기 때문에 4~5월에 가계대출 증가 폭이 다른 달보다 커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올해 1~3월 5대 은행의 전월 대비 주담대 증가 폭은 1~3조원에 그쳤지만, 4월(3조7495억원)에는 4조원에 육박할 정도였다. 현재 흐름이 이어지면 이달 주담대 증가 폭도 3조원 중반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빚투에 5월 연휴 거치며 신용대출도 늘어

이달 들어 신용대출도 가계대출 증가 폭도 커졌다. 15일 기준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103조5870억원)은 지난달 말(102조4931억원) 대비 1조939억원 많았다. 이는 4월 전체 신용대출 증가 폭(8868억원)을 이미 뛰어넘은 수치로, 같은 시기 주담대 증가 폭과 비교해서도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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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신용대출이 급증한 것은 빚투의 영향이 일단 컸다. 미국 관세 정책 여파에 올해 초 흔들렸던 국내·외 주식시장이 최근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도 함께 늘었다. 여기에 연휴와 기념일이 많은 5월은 소비 지출도 늘기 때문에 신용대출을 받는 사람도 많았다.

금융당국 “주택 거래 둔화, 6월부터 대출 안정”

다만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음 달부터는 다소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토허제에 따른 주담대 증가세가 6월부터는 줄어드는 데다, 5월에 일시적으로 증가했던 신용대출 수요도 제자리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5월은 연휴와 기념일이 많아서 원래 신용대출 수요가 많은데 최근 주식시장 상승에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 투자에 나서는 사람도 많아져 일시적으로 대출이 는 것”이라며 “최근 주택 거래량도 줄었기 때문에 대출 증가세가 더 늘어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7월부터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되면, 수도권 주담대 한도가 더 줄어 가계대출 증가세도 억제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 판단이다. 스트레스 DSR 3단계를 시행할 경우, 연봉 6000만원 직장인의 수도권 주담대(변동금리 연 4%·원리금균등상환 기준)는 약 1200만원(3억6400만원→3억5200만원) 감소한다.

금리 하락기조, 공급 절벽, 정치 이벤트는 변수

금융당국의 이런 낙관론과 달리는 변수는 많다. 우선 가장 큰 복병은 대출금리다. 은행들은 당국 압박에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인하 추세에 있기 때문에 이자율을 계속해서 높게 받기는 어렵다. 실제 은행 변동금리 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신규 취급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해 10월(3.37%)부터 7개월 연속 떨어져 지난달에는 2.7%까지 하락했다.

금리 하락 추세는 하반기 더 두드러질 수 있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 하방 위험 속에 물가는 수요와 공급 측 요인 모두 안정돼 연내 2~3차례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짚었다. 현재 평균 연 4%대에 형성돼 있는 은행권 주담대 대출금리가 3%대로 떨어진다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폭발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7~8월 주담대 금리가 3%대 중반까지 하락하자, 지난해 8월 전월 대비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9조7000억원 급증했었다.

부동산 공급절벽 우려도 가계대출 관리를 어렵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2022년 이후 시작한 고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진에 건설 착공이 급감하면서, 내년부터 주택 공급 부진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는 부동산 매수를 자극해 가계대출을 늘리는 요인이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 입주물량은 19만773가구로 올해(27만4360가구)보다 30.47%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같은 기간 투자자 수요가 많은 서울 입주 물량(4만6710가구→2만4462가구)은 47.6% 급감하며 반토막이 날 예정이다.

여기에 대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 가계대출 증가세를 자극할 수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거 때는 개발 공약이 나오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감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데, 여기에 연말로 갈수록 금리도 떨어질 수 있다”면서 “금융당국이 대출금리만 붙잡아 둘 것이 아니라, 금리가 아닌 다른 방식의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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