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재명 개헌안 ‘권한 분산’에 초점…‘권력 집중’ 불식시킬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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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선을 16일 앞두고 개헌 카드를 던졌다. 이 후보는 18일 오전 페이스북에 “역사와 가치가 바로 서고, 다양한 기본권이 보장되며 지방자치가 강화되고, 대통령의 권한이 적절히 분산된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며 2700자가 넘는 상세한 개헌 공약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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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후 개헌 공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개헌 공약에서 눈에 띄는 건 ‘대통령 권력 분산’이다. 이 후보는 “대통령의 책임을 강화하고 권한은 분산하자”며 ▶대통령 4년 연임제 ▶대통령 결선투표제 ▶감사원 국회 이관 ▶대통령 거부권 제한 ▶비상명령·계엄 선포에 대한 국회 사후 승인제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검찰총장·경찰청장 및 방송통신위원장·국가인권위원장에 대한 국회 임명 동의제 등을 제안했다.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는 국회에서 국무총리 후보자를 복수(複數)로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 후보자 가운데서 선택해 임명하도록 하는 제도다. 2018년 개헌 논의 때는 민주당이 반대했던 내용이지만, 3년 전 대선에서 이 후보 대선 공약에 포함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단순히 선언적 문구가 아니라 법적 구속력을 갖추도록 해, 대통령과 국회의 협력을 제도화하자는 게 후보의 구상”이라고 전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 직속 기관이던 감사원도 국회로 이관하고, 공수처·검찰청·경찰청 등 수사기관의 임명도 국회 동의를 거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해서 군사 쿠데타를 하거나 국가 권력을 남용해서 국민 인권을 짓밟는 행위가 불가능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4년 연임제는 대통령 임기를 5년→4년으로 단축하되, 연이어 선출하는 경우에만 한번 중임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책의 연속성은 이어나가되 중간 평가를 거치도록 해 국정의 책임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연임 규정은 개정 당시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이번에 선출되는 대통령은 연임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현행 헌법 128조 2항은 ‘대통령의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 효력이 없다’고 규정했다.

민주당이 그간 주장해 온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 헌법 전문 수록 ▶대통령 본인·직계가족 부정부패 관련 법안에 대한 거부권 제한 ▶검찰의 영장 청구권 독점 규정 폐지 ▶지방자치·지역분권 강화 등의 내용도 개헌 공약에 포함됐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대통령 결선 투표제의 경우 조국혁신당·진보당 등 군소정당에서 요구해 온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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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8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 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오월 어머니회 회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 후보는 지난달 초반만 해도 개헌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직후 우원식 국회의장의 ‘대선·개헌 동시투표’ 제안에 대해 이 후보가 즉각 “지금은 내란종식이 먼저”라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후보 측에 따르면, 이날 발표한 개헌안은 이 후보가 오랫동안 준비해 온 내용이라고 한다. 3년 전 대선에서 직접 ▶대통령 4년 중임제 ▶결선투표제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감사원 국회 이관 등을 공약했던 이 후보는, 이미 측근 참모들과 3월부터 구체적인 개헌안 내용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지난달 우원식 국회의장의 제안 이전부터 논의된 내용”이라며 “다만 당시엔 지지층의 ‘선(先) 내란종식’ 요구와 국민투표법 헌법불합치 문제 때문에 시점을 미뤘던 것”이라고 했다.

이날 개헌 공약은 선거 캠페인 차원에선 ‘대세론 굳히기’ 측면도 있다. 이 후보로선 한국갤럽 전화면접 여론조사(13~15일)에서 지지율이 51%를 기록한 상황에서 보수·중도층의 마지막 허들인 ‘대통령·의회 권력 독식’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윤호중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 추천제를 통해서 국회가 정치와 국정 운영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길도 열어놓음으로써,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비난을 받았던 제6공화국 헌법의 문제점을 완전히 해소하자고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향후 관건은 실제 개헌을 추진하느냐의 여부다. 이 후보는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새로운 개헌을 완성하자”며 2026년 지방선거 내지 2028년 국회의원 선거를 개헌 투표 시점으로 제시했다. 강원택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은 “개헌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의지를 보인 점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향후 이를 얼마나 조속히 실천하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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