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해 지기 전 와라이, 밥 묵게”…그러나 소년은 집에 못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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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광주민주화운동 문재학 열사(왼쪽 사진)의 어머니 김길자 여사가 지난 17일 아들의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문 열사는 『소년이 온다』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다. [뉴시스]

“여섯시에 여기(옛 전남도청) 문 닫는대요 엄마. 문 닫으면 나도 들어갈라고요.” “해 지기 전에 와라이. 다 같이 저녁밥 묵게.”

18일 오전 제45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고(故) 문재학 열사의 영상이 송출되자 장내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1980년 5월 당시 고등학생이던 문 열사는 어머니에게 이 말을 전한 뒤 옛 전남도청을 사수하다 숨졌다. 문 열사는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 속 주인공 ‘동호’의 실제 인물이다. 기념식 참석자들은 문 열사와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고(故) 윤상원 열사를 재조명한 영상을 보며 탄식을 하고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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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문재학 열사

문 열사는 80년 5월 당시 계엄군의 집단 발포로 사상자가 발생한 후 항쟁에 참여했다. 그는 당시 광주상고(현 광주동성고) 1학년 재학 중 시민군으로 참여했다가 5월 27일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의 총탄을 맞고 숨졌다.

그는 80년 5월 21일 “위험하다”는 가족의 만류에도 몰래 빠져나가 항쟁에 참여했다. 이틀 뒤인 5월 23일에는 어머니가 전남도청에 찾아왔으나 “사상자를 돌보는 일이니 위험하지 않다”고 안심시키며 어머니를 돌려보냈다.

문 열사는 계엄군에 맞서 끝까지 싸운 10대 시민군 3인 중 1명이기도 하다. 그는 국민학교 동창인 양창근 열사가 숨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어머니의 호소에도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고 한다. 그의 사연은 『소년이 온다』에서 친구 정대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도청에 남은 주인공 ‘동호’의 모티브가 됐다.

문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84) 여사는 “그동안 5·18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광주가 노력했지만, 큰 성과가 없던 상황에서 한강 작가가 크게 도움을 줘 정말 감사하다”며 “한강 작가가 우리 재학이는 물론이고 5·18을 세계에 알리니 기분이 말할 수 없이 좋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이날 5·18 기념식은 1997년 5·18 국가기념일 지정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국무총리 궐위 상태에서 거행됐다. 5·18 민주유공자와 유족,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2500여명이 참석했다.

기념식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 등은 열사들의 영상을 보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5·18 당시 시민군 대변인이던 윤상원 열사는 5·18 대표곡인 ‘님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이다. 80년대 노동 현장 들불야학 강학 활동 등을 통해 사회 부조리에 맞섰던 그는 항쟁 지도부로 시민군을 이끌다 5월 27일 새벽 옛 전남도청에서 문 열사 등과 함께 숨졌다.

대선 후보들은 기념식이 끝난 후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기자들에게 “5·18은 지난해 12·3 계엄에서 현재를 구하고, 사람들을 다시 살려낸 정신”이라며 “5·18 정신을 반드시 헌법 전문에 수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후보도 기념식을 마친 뒤 “5·18 정신의 헌법 수록에 꾸준히 긍정적 입장을 표명해왔다”며 “실제 개헌이 추진된다면 우리 당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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