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종 초월한 인류애, 장르 초월한 오페라로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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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러디스’로 오페라 연기에 도전한 박호산(왼쪽 둘째). 스토리를 전달하는 외신기자 역을 맡았다. [사진 오픈 씨어터]

“(하)도권씨가 성악과 출신인 줄 몰랐어요. 연습할수록 전공자다운 모습이 나오더라고요”(박호산)

“이 작품은 형님(박호산)이 사실상 주인공입니다”(하도권)

오페라 ‘메러디스’에 출연하는 박호산(본명 박정환·52)과 하도권(본명 김용구·48)은 서로를 추켜세웠다. 둘은 지난 2022년 SBS 드라마 ‘오늘의 웹툰’에서 호흡을 맞춘 뒤 약 3년 만에 다시 같은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 두 사람이 만난 작품이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오페라라는 점이 독특하다.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스타들을 출연시켜 오페라를 낯설게 느끼는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려는 ‘대중화’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메러디스’는 한국전쟁 당시 정원 60명의 화물선에 1만4000명의 피란민을 태운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실화를 오페라로 담은 작품. 지난 2022년 초연 이후 3년 만에 다시 관객을 만난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빌딩에서 만난 박호산은 “많이들 알고 계신 이야기를 오페라라는 장르에 살짝 실었다”라며 “스토리가 떠오르는 오페라여서 다른 오페라보다 조금 더 쉽게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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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러디스’로 오페라 연기에 도전한 하도권. 서울대 성악과 출신 하도권은 레너드 라루 선장 역을 맡았다. [사진 오픈 씨어터]

TV 드라마를 비롯해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존재감을 뽐낸 둘이지만 오페라는 둘 다 첫 경험이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나의 아저씨’로 스타덤에 오른 박호산은 이 작품에서 외신기자인 윤봉식을 연기한다.

윤봉식은 다른 오페라에서 보기 힘든 역할이다. 박호산은 “노래는 거의 하지 않고 배에 탄 어느 가족의 이야기를 전달해 노래 사이에서 스토리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처음 오페라 섭외가 왔을 때 걱정도 했지만 새로운 형식이라 생각하고 도전했다”는 그는 ‘노래를 하고 싶지는 않았나’라는 질문에 “처음엔 노래를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다른 성악가들의 연기를 보고 ‘내가 낄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라며 겸손해했다.

이날 박호산과 함께 자리한 하도권은 “기존 오페라는 노래에서 전하는 이야기 간의 연결 고리가 약한 측면이 있다”며 “‘윤봉식’이 연결 고리 역할을 충실히 해주는 덕에 드라마가 완벽해지고 ‘시네마틱 오페라’라는 이름이 붙을 수 있었다”라고 부연했다. 이 작품은 영화적 리얼리즘과 연극적 표현을 오페라와 결합한 ‘시네마틱 오페라’를 표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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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12월 함경남도 흥남에서 벌어진 ‘흥남 철수작전’에 투입돼 1만4000여 명의 피란민을 구출한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모습. [연합뉴스]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등에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인 하도권은 주인공인 레너드 라루 선장 역할을 맡았다. 가상의 인물 ‘윤봉식’과 달리 라루 선장은 실존했던 인물이다. 하도권은 “문화도, 언어도 다른 외국인을 구하기 위해서 군인으로서 군수 물자, 무기 등을 버린다는 결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적을 초월한 인류애를 지닌 라루 선장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서울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하도권은 “학생 시절 오페라를 해봤지만, 프로 무대는 처음”이라며 “동료나 후배들이 그간 갈고 닦은 소리를 따라가기 어려웠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오페라는 오랫동안 서보고 싶었던 무대였다”며 “예전 기억을 살려 열심히 연습했고 동료들이 많이 도와준 덕에 공연에선 좋을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심감을 보였다. 박호산은 “초반엔 하도권과 다른 성악가들 사이에 차이가 있었지만, 연습을 할수록 격차가 줄어드는 게 귀로 들리고 눈으로도 보였다”고 거들었다.

두 사람은 특히 이 작품이 오페라라는 장르가 생소한 이들과 오페라 애호가 모두를 만족시킬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도권은 “연극적인 대사가 오페라로 들어온 사실상 첫 작품”이라며 “드라마가 있기 때문에 성악이 더 맛있게 들리고, 웅장한 성악이 드라마를 더 반짝이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호산은 “오페라에서 듣는 성악은 정말 ‘압도적’인 매력이 있는 것 같다”며 “한 무대에 80여명이 동시에 올라가고 큰 배가 무대에서 회전하는 등 무대 규모 역시 압도적”이라고 했다.

‘윤봉식’의 아내 ‘최덕자’ 역은 소프라노 정아영·이상은,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일등항해사 ‘로버트 러니’ 역은 테너 김은국·원유대가 맡는다. 하도권은 “정말 훌륭한 성악가들이 모인 만큼 정통 오페라를 선호하는 관객들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러디스’는 다음 달 6일부터 8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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